연초에 이어 회사채 활황이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 이벤트, 금리 인하가 채권 시장에 선반영됐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미국 대선 시기인 11월 전에 자금 조달을 서두르려 하면서 10월은 회사채 발행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전날 롯데하이마트(신용등급 A+)는 2년물 500억원, 3년물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각각 100억원, 400억원 증액한 것으로 이는 앞선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훌쩍 넘는 총 3550억원의 자금이 몰렸습니다.
한화에너지(A+)도 전날 2년물 800억원, 3년물 700억원을 발행했는데, 수요예측에서 총 9750억원의 주문이 접수되자 당초 계획보다 각각 100억원, 400억원 발행을 늘렸습니다.
비우량 등급인 BBB급의 회사채도 증액 발행되고 있습니다. 이랜드월드는 전날 1.5년물 회사채를 500억원 발행했는데, 수요예측에서 목표액(300억원)의 2배에 가까운 590억원의 자금이 몰리자 200억원 증액했습니다. 앞서 수요예측을 무난히 마친 HD현대, 한진, SK실트론 등의 발행도 예정돼 있어 이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발행된 일반 회사채(ABS 제외) 규모는 9조584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월(13조2577억원), 2월(11조9008억원)에 이어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세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2024년 9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9월 주식·회사채 등 총 발행액은 31조6465억원으로 전월 대비 11조5446억원(57.4%) 증가했습니다.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발행액은 122조5189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6833억원(5.8%)이 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채는 연초에 활황을 보이는데, 10월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입니다. 보통 7~8월 휴가철과 반기 보고서 작성으로 발행이 미뤄진 물량이 연말 직전인 9~10월로 몰리긴 하지만, 기관이 자금 투자를 적극 집행하는 연초에 버금갈 만큼 발행 규모가 두드러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금리 인하가 시작됨과 동시에 11월 미국 대선이 맞물린 효과로 분석됩니다. 최근 회사채 활황은 우선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인하한 후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개선됐습니다. 여기에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서둘러 자금 조달을 마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더해졌습니다.
아울러 회사채 금리 매력이 커진 영향도 있습니다. 회사채(무보증 AA-, 3년물 기준) 금리는 7월 말부터 3.4%대 안팎을 오르내려 기준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나타났는데, 기준금리 인하로 이 같은 현상이 해소됐습니다. 이후 높은 수익률을 찾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회사채 시장에 집중됐고, 이에 기업들은 당초 계획보다 발행 물량을 늘릴 수 있게 됐습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로 시장 유동성이 증가한 가운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또한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재료”라며 “채권시장에 증가하는 자금이 국고채보다 높은 금리대를 형성하는 크레딧 채권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증가한 채권 발행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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