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을 대법원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1·2심 재판부의 재산분할 규모에 대한 판단을 가른 '특유재산' 등 쟁점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1조3808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산분할 액수에 변동이 생길지 주목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 기한인 지난 8일 업무 시간 종료 시까지 기각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서 사실상 추가 심리에 돌입하게 됐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소송 당사자가 낸 상고가 법으로 정한 여섯 가지 상고 제기 요건(헌법·법률의 부당한 해석, 기존 판례와 다른 해석, 새로운 판례 변경의 필요성 등)에 해당하지 않으면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판결을 말한다.
상고심에서 최대 쟁점은 1조3808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 액수에 대한 판단이다. 1심은 2022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5월 2심은 위자료로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과 2심의 재산분할 규모를 가른 것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옛 대한텔레콤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유재산'으로 볼 것인지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하는데 민법은 특유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1심은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이를 특유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재산분할에 포함했다. SK의 성장에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뒷배'가 작용했고 사실상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2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은 노 전 대통령과 무관하게 선친에게 상속·증여받은 실질적 특유재산이라는 입장이다.
특유재산 쟁점을 놓고 대법원이 심리하게 되면 '노태우 비자금' 역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모친 김옥숙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선경 300억원' 메모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 메모와 1991년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 약속어음을 근거로 SK그룹 측에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흘러갔다고 판단했다. SK그룹 성장에 노 관장이 기여했다고 본 이유다.
최 회장 측은 이 쟁점에 대해서도 약속어음은 돈을 받았다는 증빙이 될 수 없고 메모의 내용은 어떠한 실체도 없으며, 사실로 입증된 것도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는 대법원이 '노태우 비자금'과 특유재산 쟁점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 액수가 다시 변동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돈 전달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않고 노태우 정권 대통령 최측근인 윤석천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부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판결문의 경정(사후 수정) 범위도 대법원의 심리 범위에 포함된다. 2심 재판부가 1998년 5월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가 주당 1000원이었는데 이를 100원으로 잘못 적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수정하면서도 "재산분할 비율 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수정에 따라 최 선대 회장과 최 회장의 주식 가치 상승 기여분이 달라지므로 재산분할 규모도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 회장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 등을 지낸 홍승면 변호사와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 변호사 등을, 노 관장은 감사원장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최재형 변호사 등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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