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 중국 신차 판매량 305만3000대 가운데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등 신에너지차량 비중은 143만대로 약 47%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중국 전기차 생산량은 146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다. 중국 신에너지차량 생산량은 2013년 1만8000대에서 2018년 100만대를 넘어선 뒤 2022년에는 70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는 이달 기준 1000만대를 돌파해 연말까지 12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역에서 이미 신차 판매량 중 40% 이상을 친환경차량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은 올해 친환경차 비율이 7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또 "전기차 전환 속도가 매우 빨라 이대로라면 수년 내에 중국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는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전기차 공세가 본격화되면 한국 전기차 시장은 고사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8년 만에 국내 상용차 시장을 장악한 비야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버스 신차 판매량(2815대) 중 54.1%는 중국산(1522대)이었다. 2019년까지만 해도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23.9%에 불과했지만 폭풍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절반을 넘어섰다. 중국 기업들이 저가 전기버스를 쏟아내면서 현재 상용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는 물론 부품 기업까지 고사 위기다.
중국 친환경차의 약진에는 국내 차량 대비 저렴한 가격이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국산 전기버스는 대당 4억~5억원, 중국산은 3억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국토부와 환경부의 전기버스 보조금과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지원금 등을 모두 합치면 전기버스 1대당 약 3억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를 도입하면 추가 비용이 거의 없지만 국내산 도입에는 대당 1억~2억원 정도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은 품질이 다소 떨어져도 중국산 전기버스를 선호할 수밖이 없다.
문제는 최근 이 같은 분위기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중국산 전기차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한 한국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비야디는 배터리를 모듈 없이 전기차에 직접 부착하는 방식인 CTB(Cell-to-Body) 기술을 개발해 한국 전기차보다 긴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가격 경쟁력과 첨단 기술이 집약된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 소비자 설득에 성공한다면 2010년대 중반 진출했다가 기대에 못 미치는 품질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던 과거 경쟁 기반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저렴한 노동력과 100% 수직계열화를 통한 비용 절감을 무기로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저가 경쟁을 시작한다면 사실상 대응할 묘책이 없다"면서 "특히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기술력은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이미 개별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비야디 진출 전략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