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주요 시중은행장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차기 행장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내부 관리 부실과 금융 사고 여파로 인해 현직 행장들의 연임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현 행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우수한 실적을 이끈 국내 주요 은행 행장들의 연임 여부가 엇갈리고 있다. '내부 통제' 문제와 '금융 사고' 등이 연임을 가로막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행장 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 대한 350억원대 부당 대출 사안으로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검찰 수사에서 70억~80억원 규모의 추가 부당 대출 정황까지 드러나며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조 행장은 이 사건에 직접 연루된 것은 아니지만 부당 대출 사실을 금융당국에 지연 보고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열린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전원이 조 행장 연임이 어렵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에는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유도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이 포함됐으며 이달 말 최종 후보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연임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농협은행은 전통적으로 행장 연임 사례가 드물며 올해에만 여섯 차례 이상 발생한 금융 사고가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금융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최종후보자를 추천하면 자회사인 은행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며 "내년 1월 1일부로 차기 행장 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후보 추천 과정에서는 롱리스트와 쇼트리스트 공개 없이 최종후보자 1인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반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현 행장들은 비교적 부정적 이슈가 적고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2022년 1월 취임 이후 3년간 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홍콩 H지수 연계 파생상품(ELS) 사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은 오는 27일 계열사 대표 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행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신한은행이 리딩뱅크 지위를 회복하며 역대 최대 순이익(3조1028억원)을 기록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관례인 '2+1년' 임기를 고려했을 때도 연임이 유력하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역시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해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내달 중순 차기 행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지주 회장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내년 3월 첫 임기 3년을 마치며,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말 2년 임기가 종료된다. 농협금융은 내달, 하나금융은 내년 초 회장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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