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리 인하기에도 '이자 잔치' 기현상…그 시작엔 당국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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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4-11-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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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들어 은행권에선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 금리는 오르지만, 예금 금리는 계속 내려가는 것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후 낮아졌다.
 
피벗 직후인 지난달 12일 3.15~3.80%였던 예금금리는 이달 초 3.35~3.55% 수준으로 하단이 0.20%포인트(p), 상단이 0.25%p 내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며 내려간 시장금리가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 또는 예금 상품 금리가 한 방향으로 오르거나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만큼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달라져 상품 금리 책정 시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출 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5대 은행 대출 금리는 하반기 들어 계속 오름세다. 지난 7월 2.94~5.00%를 형성하던 주택담보대출(은행채 5년물 기준)은 이달 25일 3.66~6.06%를 나타내고 있다. 하단과 상단 각각 0.72%p, 1.06%p 인상된 것이다. 은행권에서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이에 은행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3분기 국내은행의 누적 이자이익은 44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당국이나 정치권 역시 은행이 대출 금리를 높인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기준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더 내려갈 수 있는데도 기업이나 가계가 부담하는 대출 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최근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리라고 하거나 그런 방향으로 유도한 것은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이번 이자장사 비판에 대해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마음대로 가산금리를 올린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정책보단 은행의 금리 인상이라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수요를 조절하며 생긴 일이라는 게 은행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당초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게 된 것 역시 당국의 정책 시행 연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앞서 당국은 지난 7월부터 시행하려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돌연 두 달 연기했고, 규제 전 ‘막차’를 타려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대출 수요가 급증했다. 이후 은행은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당국의 압박에 가산금리를 20여 차례 넘게 올렸다.

덕분에 최근 가계대출 증가 폭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다만 이는 은행이 비대면 통로를 막는 등 사실상 대출을 내주지 않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 당장 내년 이러한 조치를 완화한다면 다시 가계대출이 폭증하는 건 불가피하다. 이에 당국은 은행을 앞세우기보단 적절한 정책 마련으로 직접적인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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