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기업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 10명중 6명은 내년에 긴축 경영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집권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된 여파로, 이는 2016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기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응답 기업 기준)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을 대상으로 '2025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25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49.7%는 내년 경영계획 기조를 '긴축경영'으로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현상 유지'는 28%, '확대 경영'은 22.3%로 집계됐다.
특히 긴축 경영은 코로나19가 촉발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긴축 경영 의지는 300인 이상 규모 기업이 61%로, 300인 미만 기업(45.7%)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300인 이상 기업의 긴축 경영은 2016년(66.7%) 조사를 시작한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5년 기조를 긴축으로 응답한 기업의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전사적 원가절감'(66.7%)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인력운용 합리화'(52.6%) '신규 투자 축소'(25.6%) 순으로 나타났다.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및 채용계획을 설문한 결과 투자계획은 '금년(2024년)보다 축소'가 39.5%로 가장 높았고, '금년 수준'이 35%, '투자 확대' 25.5%였다.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300인 이상 기업 비율은 58.5%로, 300인 미만 기업(32.8%)보다 25.7%포인트나 높았다.
내년 채용계획은 '금년(2024년) 수준'이라는 응답이 4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채용 축소' 36.9%, '채용 확대' 18.4% 순이었다.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00인 이상 기업(53.7%)이 300인 미만 기업(31.1%)보다 22.6%p 높게 나타났다.
기업 경영의 주된 애로사항은 '내수 부진'(66.9%)과 '인건비 부담 가중'(64.0%)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미·중 등 주요국 성장세 둔화'(19.7%)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16.3%) 등 대외 변수도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응답 기업 중 82%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답했다. '대중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 한·미 협력 강화' 등 긍적적 전망은 7.5%에 그쳤다.
이로 인해 국내 경기 회복세는 '2026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응답이 59.8%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2025년 하반기'가 28.0%였다. 기업들이 전망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평균 1.9%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한국 경제성장률(2.0%)보다 낮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내수 부진, 높은 인건비 부담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긴축경영' 기조가 크게 높아졌다"며 "내년 경기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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