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함락을 주장하며 내전 13년 만에 승리를 선언했다. 그동안 철권통치를 해온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도피했다는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사실상 독재정권이 막을 내리게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전쟁에 이어 중동정세가 급변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시리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은 이날 “다마스쿠스가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다마스쿠스를 장악하고 공공기관을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반군의 승리 선언으로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13년 만에 무너지게 됐다.
HTS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텔레그램 성명에서 “다마스쿠스 시내 공공기관들은 공식적으로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전 총리의 감독 아래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HTS는 지난달 27일부터 무서운 속도로 진격을 거듭해 알레포, 하마, 홈스 등 주요 도시를 점령했다. AP통신은 시리아 반군의 수도 진입은 2018년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주변 일대의 반군 세력을 제거한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아사드는 반군의 수도 함락 전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실시간 항공기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를 인용해 “시리아 반군이 수도를 점령했다는 보도가 나오던 때 시리아 항공기가 다마스쿠스 공항에서 이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륙한 항공기는 시리아 해안 지역에 있는 알라위테 종파의 거점으로 향하다 갑자기 방향을 바꿔 몇 분간 반대 방향으로 날다가 지도에서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은 해당 항공기에 아사드가 탑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아사드가 수도를 떠나 모처로 도피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시리아 반군이 13년 내전 끝에 다마스쿠스를 장악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놀라운 일”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정부가 “현지 파트너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간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서는 반군을 지원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튀르키예, 이란을 포함한 8개국 외무장관들은 전날 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도하 서밋’을 계기로 유엔의 시리아 특사와 함께 시리아 정세를 논의했다. 이들은 앞으로 추가 논의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엔 시리아 특사는 시리아의 ‘질서있는 정치 이양’을 보장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제네바에서 긴급 회담을 모색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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