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트럼프 2기 통상정책 '나바로'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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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
입력 2024-12-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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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취임 전인데도 트럼프 당선자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의 관세 부과 발언 몇 마디에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앞다투어 마라라고 별장을 찾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직후 평소 공언대로 관세를 즉각 인상할 것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실제 관세를 높이기도 전에 미리 상대방의 선물 보따리를 살펴보고 있는 격이니 트럼프 당선자는 확실히 협상의 달인임은 틀림없다.
 
우리나라도 트럼프 당선자의 최근 인선에 긴장하고 있다. 그가 2기 행정부의 통상 요직에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을 지명하였기 때문이다. 나바로 내정자의 공식 직함은 백악관의 무역과 제조업 선임 고문(senior counselor for trade and manufacturing)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핵심 공약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통한 위대한 미국 만들기, 소위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란 점을 고려하면 2기 트럼프 행정부 통상 정책에서 나바로 내정자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나바로 내정자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표적인 대중 강경론자이자 트럼프 당선자 못지않은 관세 옹호론자이다. 우리가 나바로의 내정 소식에 긴장하는 이유는 그가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한 인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트럼프 1기 행정부 초기 백악관의 대통령 책상 위에서 한·미 FTA 폐기 문건이 여러 차례 발견되었으며, 이는 당시 국가무역위원장인 나바로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우리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현 단계에서는 그동안 나바로 내정자의 행적을 살피면서 무역에 대한 그의 의중을 꿰뚫어 보는 것이 우선이다. 다행히 나바로 내정자의 무역에 대한 시각은 미국의 대표적 보수 싱크 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최근 출간한 프로젝트(Project) 2025에 잘 나와 있다.
 
나바로 내정자는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하고 있다. 하나는 비상호주의 관세(non reciprocal tariffs)이고, 다른 하나는 불공정 무역과 지재권 탈취를 통해 미국을 누르고 세계를 제패하려는 중국이다. 비상호주의 관세는 쉽게 말해 미국의 관세는 낮은데 미국에 수출하는 다른 국가의 관세는 미국보다 높은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 다른 국가에 수출하기는 어렵고, 다른 국가가 미국으로 수출하기는 쉬워 미국이 무역에서 손해만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국이 미국 수준으로 관세를 내리든지 아니면 미국이 상대국 수준으로 관세를 올려야 공정 무역이 되며, 이를 위해 상호주의 무역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호주의 관세의 우선 대상국은 당연히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가 큰 국가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미 상품무역 흑자국은 중국이 약 2787억 달러로 압도적이다. 우리나라는 510억 달러로 멕시코(1614억 달러), 베트남(1046억 달러), 일본(719억 달러)보다 적고 8위로 나타난다. 흑자 규모로 보면 우리 앞에 7개국이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은 트럼프 1기 이후 대미 흑자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2017~23년 미국의 상품무역 총 적자에서 중국의 비중은 41.2%에서 23.2%로, 일본도 7.6%에서 6.0%로 떨어졌다. 반면 우리나라와 베트남, 대만 등은 그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2.5%에서 4.2%, 베트남은 4.2%에서 8.7%, 대만도 1.8%에서 3.9%로 두 배 이상 상승). 미국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압박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한·미 FTA 발효가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우리의 대미 관세 수준은 미국의 관세 수준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무역 흑자 감소를 요구할 경우, 나바로 내정자가 주장한 상호주의에 기초해 관세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은 우리의 관세가 미국보다 높아 불리하다. 그러나 농산물은 지금까지 미국이 계속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할 수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논리를 이용하여 우리 대책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다만 미국이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면 우리도 미국에 대한 요구를 포함, 철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한편 나바로 내정자가 대중국 강경론자이니만큼 미국의 대중국 조치를 주목할 필요도 있다. 그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대미 무역 흑자를 단순히 무역 문제로만 보지 않고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려는 패권 전략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상품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할 수준의 고율 관세 부과는 물론 첨단 상품이나 서비스, 기술의 수출통제를 포함해 미국 대학이나 연구소에서의 중국인 채용 금지(중국인의 기술 탈취 방지용)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대중 제재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 격화가 우리에게 득이 될 리 없다. 중국이 보복 조치로 희귀 광물의 수출을 통제한다면 그 여파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부정적일 수 있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 주목해 미리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2기 집권에 따른 글로벌 통상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데 우리 정치권을 보자니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하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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