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돈 없는데'… 상장사, CB 풋옵션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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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기자
입력 2024-12-1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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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 부진에 조기 상환요구 늘어

  • 3개월 간 전환가격 조정 124건

 

코스닥 지수가 전 세계 주요 지수 중 꼴찌를 기록한 가운데 주가 부진에 빠진 코스닥 상장사가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CB)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가 부진으로 조기 상환을 요구하는 투자자가 늘어 빌린 자금을 갚아야 하는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CB 조기 상환일이 다가오는 기업은 34곳이다. 이 중 8곳이 50% 넘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행사됐다. 풋옵션 행사 비율이 100%를 넘는 곳은 바른손(34회차), 누리플랜(7회차), 플라즈맵(3회차)이다. 이앤플러스(26회차)는 75%, 수성웹툰(22회차)은 60%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채권이다. 전환 전에는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환 후에는 주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높으면 주식으로 전환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낮으면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한다.

기업들은 일정 기간 후 CB를 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풋옵션과 발행회사가 CB를 되살 수 있는 콜옵션 등 발행 조건을 붙인다.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했다는 건 주가가 크게 하락해 전환가격 아래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주가 부진에 시달려왔다. 코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21% 하락했다. 지난 9일에는 '2차 비상계엄' 우려가 확산하면서 낙폭이 28%까지 확대됐다.

바른손, 누리플랜, 플라즈맵 주가 수익률은 발행 당시와 비교하면 시장보다 더 부진했다. 바른손은 47% 떨어졌다. 누리플랜은 71% 하락해 현 주가는 전환가격(5254원) 대비 현저히 낮다. 플라즈맵 주가도 70% 떨어졌다. 플라즈맵 3회차 CB의 전환가격은 최초 가격보다 31% 낮아졌다.

케이알엠은 지난해 6월 CB를 800억원 규모 발행했는데 이 중 54%가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 429억원을 상환했다. 이 회사는 내년 1월 조기상환일이 돌아오는 5회차 CB는 풋옵션 행사율이 100%로 원금 200억원 역시 모두 상환했다. 주가는 반 토막 난 수준이다.

최근 3개월간 시가 조정에 따라 주식 전환가격을 조정한 건수는 124건이다. 이 중 109건이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격을 낮췄다. 직전보다 평균 15% 하향 조정됐다.

조기상환일을 앞두고 전환가격을 조정한 곳도 있다. 손오공은 9회차 CB의 전환가격을 지난 7월, 10월 두 차례 내렸다. 전환가는 최초 2127원에서 1696원으로 낮아졌다. 이 CB는 다음 달 19일이 조기상환일이다. 풋옵션 행사율은 1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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