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4대 금융지주 주가가 평균 20% 넘게 하락하며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35.5%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1%대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그간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외국인 비중이 낮은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14.8% 하락에 그쳤다.
금융지주 주가의 급락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와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정책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주가 회복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는 금융지주 주가 하락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11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0.2%에 그치며 둔화세를 보였고,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증가 폭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은행권 규제가 지속되며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금융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지주 주가를 둘러싼 우려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에서도 기인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금융지주의 자본 효율성 증대와 주주 환원율 향상을 목표로 하지만, 정국 불안과 맞물리며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시 된 정책 번복 가능성이 낮아 밸류업 후퇴 가능성은 적지만 정치적 안정 없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밸류업 정책의 핵심 요소였던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ISA 한도 상향 등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는 금융주의 투자 매력도를 낮추고 있다.
환율 문제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돌파하며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금융지주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배승 연구원은 “원화 약세로 금융지주의 대외 신인도가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 안정 없이는 투자심리 회복도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국가들이 환율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박혜진 연구원은 “중국과 일본 등 미국 외 국가의 환율 안정 움직임은 금융지주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한할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점진적인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악재 속에서도 금융지주들은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분기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이는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이자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계열사의 대손비용 감소로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증가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총 환원액은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금융권으로의 대출 수요 전이 심화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 부문에 대한 추가 규제를 예고했다.
전 연구원은 “은행권 대출 억제 정책이 지속되면서 대출 증가율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는 금융지주들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금융지주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전배승, 박혜진 연구원은 “환율 안정화와 외국인 매도세 완화가 금융주 회복의 핵심”이라며, “정부의 정책 신뢰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금리 하락과 가계대출 증가 가능성에 대비한 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내년부터 가계대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금융지주가 규제 완화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밸류업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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