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에 발목 잡힌 K-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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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입력 2024-12-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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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반도체 수출증가율 올 들어 최저

  • 내년 '다운사이클' 우려 속 中추격 가팔라

  • 野 반대로 '반도체특별법' 내년으로 밀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내수 부진 속에서도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K-반도체'가 흔들리고 있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는 중국의 저가 공세로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대만 TSMC와 차이가 벌어지는 등 각종 규제에 묶이면서 타국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위축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주 52시간에 묶인 근무 시간이라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등 혼란한 정국 상황으로 인해 반도체산업의 불확실성만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따르면 11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30.8%에 그쳤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성장률이며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내년에는 반도체 산업의 부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사이클상 하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 강화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들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분야 주력 품목인 D램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으며,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앞서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쟁국 도전에 뒤처지고 있는 우리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와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라 자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8조8000억원 상당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라는 것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이라도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이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야당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하면서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다. 설상가상 지난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와 경영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국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시길 바란다"며 "특히 반도체 같은 첨단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조금 지원, 근로 시간 규제 완화 같은 입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근무시간 단축은 오히려 반도체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는 반도체 업계뿐만 아니라 선진 기술을 다루는 모든 테크 기업들이 프로젝트 베이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납기를 맞추기 위해 일을 더 해야 하지만 법에 가로막혀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도 지난달 '반도체협회 초청 고용노동부 간담회'에서 "우리 근로시간 제도는 반도체 R&D처럼 특수한 분야에 유연하게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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