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전문' 에린 브라운 존스 "해외부패방지법 강화…韓, IT기업 리스크 대비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남가언 기자
입력 2024-12-23 11:2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에린 브라운 존스 레이텀앤왓킨스 변호사가 2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에린 브라운 존스 레이텀앤왓킨스 변호사가 2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FCPA)을 위반해 기업이나 개인이 처벌 받는 사례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접점이 있는 한국 기업들도 이제 이 법을 예의주시하고 신경을 써야 합니다."

미국 규제전문 에린 브라운 존스(Erin Brown Jones) 레이텀앤왓킨스(Latham&Watkins) 변호사는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에 특히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존스 변호사는 현재 레이텀앤왓킨스 워싱턴 D.C. 사무소 공동 부대표를 맡아 글로벌 기업들에게 내부 준법감시 시스템 개선, 위험 평가, 미국 정부 규제 준수 체계 구축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레이텀앤왓킨스는 35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일하는 초대형 글로벌 로펌으로 1934년 창립돼 미국, 아시아, 유럽, 중동 등 14곳 이상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대한민국 서울에는 2016년 사무소를 개소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은 크게 반부패 조항과 회계 조항으로 구성됐다. 이 중 반부패 조항은 미국 기업, 개인 및 미국 내 활동하는 외국 기업이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국제 거래에 종사하는 모든 글로벌 기업이 준수해야 할 중요한 법률이라는 게 존스 변호사의 설명이다. 

존스 변호사는 "제정 이후 해외부패방지법은 그 집행이 점점 강화됐고 집행 범위도 확장됐다"며 "이제 미국 관할에 있거나 미국과 접점이 있는 기업들은 이 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위반 시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정부에서 이 법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보니 위반 사례가 있다면 이를 심층적으로 면밀히 조사하고 파악한 뒤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위반한 기업들은 평판 저하는 물론이고 정부 계약에 더이상 참여할 수 없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존스 변호사는 특히 미국 해외부패방지법 관련 리스크가 가장 높은 한국 산업으로 IT(정보기술)를 꼽았다. 그는 "IT기업들의 판매 방식을 보면 판매 유통 채널을 두고 판매를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탁하고 나면 IT기업에서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완전히 통제할 수 없게 되는데, 여기에서 법적 리스크가 발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 IT기업이 유통 채널 중 하나인 A사를 통해 판매를 하고 A사가 이를 다시 B사를 통해 재판매를 할 때, 재판매사들이 이 과정에서 외국공무원에게 뇌물을 줬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IT기업이 직접 외국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경우뿐만 아니라 재판매사가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통제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며 해외부패방지법 준수를 위한 11가지 컴플라이언스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다. △최고경영진의 컴플라이언스 의지 △정책 및 절차 수립과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정기적 위험 평가 및 검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컴플라이언스 감독 △교육 및 가이드라인 제공 △성과 보상 체계 및 성과 관리 △제3자(외부 파트너 및 위탁업체) 관리 감독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의 모니터링 및 테스트 △인수합병시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평가 및 통합 관리 △컴플라이언스 위반 행위 분석 및 시정 조치 △익명 신고 및 조사 체계 구축 등이다 

존스 변호사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해외부패방지법 집행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당선한 직후 규제를 최대한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혀 1기 때 '해외부패방지법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오바마 정부나 바이든 정부때보다 오히려 트럼프 1기 정부 때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 수가 더 많았기 때문에, 여전히 이 법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더 나은 대처를 하기 위해서라도 해외부패방지법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구축을 탄탄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