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미 동맹은 대통령 간 동맹일 뿐 아니라 정부 간, 국민 간 동맹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제외한 북한·중국·일본·러시아 정상과 회담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한국 패싱’ 우려도 나온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것과 관련해 미국의 한·미 외교·안보 분야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을 묻자 “한·미 동맹은 대통령 간 동맹일 뿐만 아니라 정부 간 동맹이자 국민 간 동맹”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미 동맹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같으며 이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몇 주 동안 한국은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그것은 수십 년 전에 힘겹게 쟁취한 민주적 회복력이고, 우리는 한국 국민이 헌법에 명시된 과정을 평화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지켜봤다”고 평가했다.
밀러는 “우리는 윤 대통령과 협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한국 정부와 계속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역설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15일 바이든 대통령과 한덕수 권한대행 간 통화를 언급하면서 “한·미 동맹은 우리에게 중요한 관계이며 훌륭한 동맹이다. 미국은 동맹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리더십 공백 상태인 한국이 트럼프 2기를 맞아 요동칠 외교·경제 협상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이날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고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계기로 북한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트럼프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취임 전 회동할 가능성에 대해 “그들(일본)이 원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통해 이시바 총리에게 책과 기념품 등 선물을 보냈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는 “시 주석과 코로나19 전까지 좋은 관계였고, 코로나19는 그 관계를 끝내지 않았다”며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피력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미국과 중국은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시 주석과 편지로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시진핑은) 내 친구였고 놀라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1시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등 혼란에도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외교·안보 정책 격변 기류 속에 한국은 탄핵 사태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력이 약화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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