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고환율에 속타는 정유업계…사업 다각화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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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입력 2024-12-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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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환경 연료와 석유화학 투자 확대로 돌파구 '마련'

  • "탄소중립 맞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찾는 것 시급"

사진에쓰오일
[사진=에쓰오일]

정유업계가 급등하는 환율과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점을 경신하면서 정유사들은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한 체질 개선과 신사업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7일 장중 1386.7원까지 고점을 찍은 뒤, 1470.5원(야간거래 마감 기준)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처음으로, 환율이 148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고환율은 정유사들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원유 수입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특성상,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연간 환차손이 약 1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대량으로 원유를 미리 구매하고 결제는 몇 달 뒤에 이뤄지는 만큼, 환율 변동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체된 정제 마진도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제 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판매한 후 남는 수익을 의미하며, 업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3분기에는 정제마진이 3.6달러까지 내려가면서, 정유 4사는 총 1조45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지난 11월 6달러를 기록한 뒤, 이달 셋째 주에는 5.6달러로 하락했고, 26일 기준으로 4.65달러까지 떨어졌다. 원유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면서, 업계는 향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4분기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4분기 수출경기 전망에 따르면, 석유제품의 전망지수는 70.6으로, 전산업 평균인 103.4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3분기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본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석유제품은 3분기에도 전망지수 71.8로 중화학공업 중 유일하게 기준치 100을 하회했다.

정유사들은 위기 돌파를 위해 친환경 연료와 석유화학 사업으로의 다각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속가능항공유(SAF)와 바이오선박유 시장은 정유업계가 주목하는 주요 분야로, SAF 시장은 2027년까지 약 3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초로 SAF를 일본에 수출했으며,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SAF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에쓰오일은 울산에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석유화학 시설을 건설 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 사업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시급하다"며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친환경 연료와 석유화학 분야는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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