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는 서 있을 자리조차 없어서 법정 입구 밖에서 봐야 할 정도였는데 요즘엔 교육생 외에는 많지 않아서 보다시피 자리가 널널해요.”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별관 경매법정에서 만난 50대 여성 이모씨는 최근 경매 분위기를 묻자 “경매 물건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근에는 참가 인원이 눈에 띄게 적어졌다”며 이같이 답했다.
기자가 입찰 개시 15분 전쯤 경매법정에 도착했을 때 150석에 달하는 자리엔 불과 7명만 앉아있을 뿐이었다. 입구 앞에는 경매 스터디 모임에서 나왔다는 교육생들이 경매 절차에 대한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대학생 김모씨는 “경매가 실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어 오늘 처음으로 참관을 오게 됐다”며 “부동산 경매 스터디를 하는 대학생들도 주위에 꽤 있다”고 말했다.
평소라면 오전 10시 입찰 시작 시간이 다가올수록 기일변경 및 사건취하 등 입찰 취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게시판 앞이 붐비지만, 이날은 이따금 한두 명씩 경매 물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오갈 뿐이었다.
경매업체 관계자인 50대 남성 이씨는 "교육생들과 경매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실제 경매에 참가하는 인원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물건이 많이 들어와도 요즘은 시장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관심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아파트 9건, 상가 8건, 다세대 20건 등을 포함해 모두 49건의 물건이 경매에 부쳐졌는데 그중 13건만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서초구 서초센트럴아이파크, 동작구 상도동 삼부한강아파트 등 핵심 입지의 물건도 나왔지만, 줄줄이 유찰되면서 다음 기일로 넘어갔다.
이날 낙찰된 물건도 감정가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낙찰이 이뤄졌다. 8명이 응찰한 강남구 논현동 아파트는 감정가가 28억3000만원이었지만 매각가격은 22억5999만원이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9%였다. 관악구 신림동 도시생활주택 외 1필지에는 가장 많은 13명의 응찰자가 몰렸는데 감정가격(22억9000만원)의 84% 수준인 19억3215만원에 매각됐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탄핵 정국과 여러 정치적 변수들로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한 탓에 검증된 물건에만 몰리고 그렇지 않은 매물에는 관망세를 보이는 양상"이라며 "올해 2·3분기에 경매 매물이 정점에 달하는데 그 전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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