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CES 2025를 통해 한국 기업에겐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 기업,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일본 기업과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가 인공지능(AI) 사업 강화를 위해 중국·일본 자동차 기업 등과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도 올해 빅테크와 협력으로 버티컬(산업별) AI와 가전·자동차 결합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CES 2025에선 TCL, 하이센스, 지커, 로보락 등 많은 중국 기업이 AI 가전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서비스는 TCL의 가정용 AI로봇인 '에이미(AiMe)'다. 생성 AI를 적용해 이용자와 대화하며 집안 내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삼성 볼리, LG Q9 등 한국 기업의 가정용 AI로봇을 베꼈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렵지만, 귀여운 외모와 이용자 친화적인 UI(사용자환경) 구성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세계 1위 로봇청소기 업체인 로보락의 로봇팔을 탑재한 로봇청소기 '사로스 Z70'도 주목해야 할 제품이다. 5축 접이식 로봇팔 '옴니그립'으로 기존 로봇청소기가 접근하기 어려운 가정 내 공간도 청소해 준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낮은 생산원가를 토대로 중저가 제품을 양산하면서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AI가 적용된 프리미엄 제품도 함께 선보이는 게 그 이유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중국 위협에 대한 인식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대응을 위한 실행 단계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소니, 파나소닉, 혼다 등 제조업 강국 일본 기업의 부활도 눈에 띈다. 파나소닉은 배터리부터 AI까지 섭렵하는 차세대 사업 포트폴리오 '파나소닉 고'를 발표했고, 소니는 가전과 게임,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꾀하며 한국·중국 기업과 다른 전략을 펼칠 것을 암시했다. 닛산과 합병을 추진하는 혼다도 소니와 협력해 자율주행 전기차를 상용화하며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반면 미국 빅테크는 구글마저 참가를 포기하며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와 친분이 있는 엔비디아를 제외하고 모두 CES를 떠났다. 자체 제품·개발자 행사를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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