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일제히 방어권을 내세워 강제수사를 비판했다. 이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비슷한 입장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14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서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공성전 채비를 끝냈다"며 "언제든 성벽을 허물고, 한남동 관저에 고립돼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과 공수처는 막무가내다. 내일(15일)이 D데이라고 한다"면서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직무가 중지됐다 해도 여전히 국가 원수이자 최고 헌법 기관인 윤석열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비판했다.
정 실장은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수사관에게 끌려 한남동 관저를 나서는 것이 2025년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모습인가"라며 "공수처와 경찰의 목적이 정말 수사인가, 아니면 대통령 망신 주기인가"라고 반발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경찰 공수처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통령에 대한 제3의 장소에서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체포를 위해 국가의 공권력이 서로 충돌하게 된다면 전 세계가 대한민국 국격의 추락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는 영장 집행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법적 수사에서 당장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구속 임의수사를 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부분은 굉장히 아쉽다"며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12일 공수처를 방문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석동현 변호사는 "체포영장 집행을 하지 말아 달라는 데 방점이 있다"며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는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호인단은 이날 정 실장이 제안한 제3의 장소 또는 방문 조사 제안에 대해서는 "검토한 것이나 상의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처음에 출석 요구를 했을 때 이렇게 조율했으면 수사기관은 아마 그렇게 선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시기상 적절하지 않고, 오히려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전 수사기관에 출두해 조사를 받겠다고 하는 것이 현재 상태에서는 맞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정 실장 제안에 대해 "맞는 방법이지만 시기가 좀 지났다"며 "합법적인 방법으로 영장이 나온 만큼 이 영장은 집행되는 것이 법치주의"라고 말했다. 아울러 "질서 있는 수습을 위해서는 대통령께서 억울하시더라도 당당하게 앞에 나와서 '내가 직접 출두하겠다' 이렇게 모습을 보이시는 것이 유혈 사태를 막는 길"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대통령경호처 등 3개 기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약 1시간 동안 이뤄진 회동에서 이들 기관은 안전을 위한 협조에는 공감했지만 그 이상 진전을 보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호처는 이후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관저를 포함한 특정경비지구는 경호구역이자 국가보안시설, 국가중요시설,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출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책임자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며 "사전 승인 없이 강제로 출입하는 것은 위법한 것으로 이후 불법적인 집행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기존 경호 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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