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철강·제강사들이 경기 침체와 건설시장 부진, 그리고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 증가로 철근 수요가 급감하자 대규모 생산 중단에 나섰다. 동국제강, 현대제철, 포스코는 각각 생산 중단 계획을 발표하며 재고 과잉 해소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감산 장기화가 이어질 경우 철근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국제강은 오는 24일부터 31일까지 8일간 철근 공장의 생산과 출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야간 가동 중단과 3교대에서 2교대 전환 등 감산 조치를 이어온 동국제강은 이번 조치로 더욱 강도 높은 생산 축소를 단행하게 됐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재고 과잉 해소와 시장 안정화를 위한 결정"이라며 "저가 판매를 지양하고 철근 가격 하락을 방지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도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인천 2철근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이어 22일부터 31일까지 포항 철근 공장을 휴업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이번 조치로 약 7만톤의 감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건설 현장에 공급되는데, 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감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포항제철소의 1선재공장을 가동 45년 만에 폐쇄했다. 이 결정은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 증가 등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어려운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포스코는 이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철강사들의 감산 배경에는 건설 시장의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위축이 맞물려 신규 건설 프로젝트가 줄어들면서 철근 수요가 급감한 상황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국내 철근 수요는 602만7000톤으로 전년 대비 21.4% 감소했다.
중국의 저가 철강 제품 수출 확대 또한 국내 철강사들에게 큰 압박을 주고 있다. 중국산 철강 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강한데다, 최근 중국의 철강 생산량 과잉과 관련된 생산 능력 증가로 인해 국내 시장으로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 압박이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들이 가격을 맞추기 위해 생산 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에서는 국내 건설 경기 회복이 늦어져 향후 추가 감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공장 가동 중단과 판매 조치 등 특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한계원가 이하의 시장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며 "주요 수요처인 건설 침체가 지속되면서 올해도 철근 제조사들의 추가 감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감산이 장기화될 경우 건설 현장에서 철근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수요 회복이 시작될 경우 공급 조정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철근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의 회복은 단기적인 감산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건설 시장 활성화와 수출 증대, 기술 혁신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철강사가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특히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철강사의 혁신적인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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