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모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롯데리아 회동'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이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사령관을 지낸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한 뒤 자택에 점집을 차려 역술인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이 아닌 전직이 비상계엄 계획을 초기부터 설계하고 정보사를 움직였다는 점이 공소장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17일 문 사령관 공소장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3시께 안산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 등에게 "부정선거와 관련한 놈들을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가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며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복면 등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사령관이 자리를 떠난 뒤 문 사령관은 동석한 정성욱 정보사 대령에게 "일단 체포 용품을 구입해오면 내가 돈을 주겠다"며 “장관님 지시니 따라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장관'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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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19일에도 노 전 사령관은 안산역 인근 카페에서 문 사령관, 김봉규 정보사 대령을 만나 조만간 계엄이 선포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군검찰은 파악했다. 김 대령에게는 체포할 선관위 직원 30여명 명단, 망치·케이블타이 등 체포 준비 물품, 임무 등을 기재한 문건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를 규명하기 위해 너희들이 선발해 둔 인원을 데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들어가서 직원들을 잡아와야 한다"며 "노태악(중앙선관위원장)은 내가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 전 사령관과 문 사령관 등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일에도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났다. 노 전 사령관은 "조만간 계엄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계엄이 선포되면 즉시 중앙선관위로 선발대를 보내 서버실 등을 확보해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제대로 이야기 안 하는 놈은 위협하면 다 분다"라고도 말했다.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낮에는 노 전 사령관이 문 사령관에게 "오늘 저녁 21시경 정부과천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문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 지시에 따라 실탄 100발을 소지한 정보사령부 소속 대원 10명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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