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 다문화 사회의 문화 충격과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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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구 언론인
입력 2025-01-1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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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구 언론인
[이춘구 언론인]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맴돌곤 한다. 그 아쉬움이 무엇일까? 그것을 어떻게 풀까? 다시 눈을 뜨고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이해하고 구조적으로 이를 체계화하는 데서 정체상태의 발전을 뚫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은 인구가 격감하고 공동화 현상으로 지역소멸의 위기에 부딪치고 있다. 지역을 살리는 데서 우리의 경제발전을 추동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이들 자녀가 성장하면서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려내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외국인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파생되는 다문화 충격을 흡수하고 대응하는 게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0여 년 전 필자는 방송사 정책담당 데스크를 하면서 다문화 현상에 대한 이해와 분석,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다문화 현상을 진단하면, 우리 민족은 원래 다문화 민족이다. 민족의 이동과정에서 북방계와 남방계의 교류가 빈번해지고, 문화도 두 계열의 융복합으로 우리 민족문화를 찬란하게 빛낼 수 있었다. 또한 우리의 역사를 살피면 바닷길과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과 서역,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과 교류를 통해 문화를 주고 받았다. 특별히 고구려와 백제는 대륙국가들과 교류를 활발하게 했으며, 고구려는 북방계 중국 국가들과 혼인동맹까지 맺으며 국위를 떨쳤다. 고구려의 음악과 춤은 수와 당나라에서 크게 유행했다. 고대국가시대에 이미 K-한류가 대륙을 휩쓸었다.

최근 들어 다문화 현상은 여러 차원에서 폭포수처럼 진행되고 있다. 2023년 외국인 방문객은 1,103.2만 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외국인 체류자는 250.7만 명이며, 전체 인구수 5,175.1만 명의 4.8%에 이른다. 외국인 체류자 가운데 불법 체류자는 16.7%인 42.3만 명이다. 또한 법무부에 등록된 외국인은 134.8만 명이다. 한국 국적 취득자는 23.4만 명으로 전년보다 만 명, 4.8% 증가했다. 외국인 체류자는 해마다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인구 감소에 따른 산업계의 구인난 해소를 위해 비자 규제를 완화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근로자는 47만 명으로 1년 전보다 6.7만 명, 16.6% 급증했다. 유학생도 20.6만 명으로 전년보다 1.6만 명, 8.9% 늘었다.

2018년의 경우 결혼 이민자는 16.6만 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은 80.3%를 차지한다. 같은 해 국적 취득자는 17.6만 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은 79.3%로 집계됐다. 2021년 결혼 이민자 통계는 34.3만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 동포가 12만 명으로 전체의 34.9%로 가장 많고, 순수 중국계는 6.8만 명으로 19.9%를 차지한다. 또한 베트남은 21%. 필리핀 5.6%. 일본 3.6%, 캄보디아 2.3%, 대만 1.6%, 태국 1.3%, 몽골 1.1%이다. 여기에 미국은 8,400명으로 2.4%, 러시아는 1,900명으로 0.6%를 차지한다. 결혼 이민자는 이처럼 아시아계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일부 미국인이나 러시아인과의 결혼이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2020년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27.6만 명 가운데 만 6살 이하가 11.4만 명으로 41.5%를 차지한다. 7살에서 12살은 33.5%, 13살에서 15살은 12.5%, 그리고 16살에서 18살은 6.8%이다. 4년 전 통계이니 상당수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성인으로 성장해 대학에 진학했거나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2023년 다문화 초등학생 비율이 10% 이상인 지방자치단체는 전국적으로 48개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5개로 가장 많고, 전북은 10개, 경북과 경남은 각각 7개, 충남 3개, 그리고 충북과 강원, 경기도는 각각 2개이다. 이 가운데 전남 함평군은 다문화 초등학생 비율이 20.5%로 가장 많고, 경북 영양군은 20.2%, 그리고 전남 신안군은 20.0%를 차지한다. 아마 다문화 가정 자녀가 아니면 문을 닫는 학교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 다문화 현상을 진단하고자 하는 것은 다문화 가정을 필두로 외국인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평화롭게 살면서 한국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체류자, 외국인 근로자들은 모두 본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가교역을 수행하고 있다. 문화전령사이자 경제교류의 첨단역으로서 양자 간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결혼 이민자의 추세를 볼 때 남방문화와 우리식 북방문화가 서로의 장점을 살리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초등학생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곳에 결혼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지역소멸을 막아내며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다문화 가정 출신들이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새로운 지방자치의 모습을 모색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또한 공직선거나 주민투표에서 외국인 주민이 영향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공적 질서를 요구할 것이다. 다문화 가정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은 기회의 땅 한국에서 새로운 계층으로서 위상을 훨씬 더 공고히 다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다문화의 충격을 제대로 진단하면서 다문화가 주는 장점을 살리는 융복합 문화를 세워나가야 한다.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과 세상 만물을 교화해서 이치로 다스리겠다는 재세이화의 정신이 더욱 더 빛을 발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10여 년 전 러시아는 러시아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200만 명 정도의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한국도 지금 수준의 경제를 유지하려면 러시아 수준의 외국인 근로자를 유입해야 한다. 다문화가 주는 충격을 완화하고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게 시급하다.
 

이춘구 필자 주요 약력

△전 KBS 보도본부 기자△국민연금공단 감사△전 한국감사협회 부회장△전 한러대화(KRD) 언론사회분과위원회 위원△전 전라북도국제교류센터 전문 자문위원△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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