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늘 기회라 했지요.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우리나라 정치, 사회, 문화가 혁신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수많은 난국을 헤쳐온 우리 국민은 이번에도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봅니다."
심중식 귀일연구소 소장은 현 정국을 '돌발사태로 인한 여파가 불안하게 지속되는 위중한 시기'라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위기 속에서 가능성을 봤다. ‘죽음의 정치’를 넘어 서로를 살리는 ‘살림의 정치’로 전환하는 ‘상생의 지혜’를 발휘한다면 이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심 소장은 정치인과 국민이 함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과 평화를 추구하는 '생명 문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인은 도덕적 수준을 높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 역시 스스로를 성장시켜, 정치와 사회 수준을 함께 끌어올리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의 수준을 올리려면 국민의 수준이 올라야 하고 국민의 수준을 올리는 길은 나의 수준을 올리는 길이지 다른 길이 없다”며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속물 문화가 아니라 사랑과 평화의 도를 추구하는 생명 문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하늘과 땅의 자리가 변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이해를 통해 서로 공감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불통과 권위주의로 점철된 시대를 넘어 대화와 소통이 중심이 되는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최고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이 지녀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주역에서는 지도자의 덕목으로 중(中)과 정(正)을 말한다. 중이란 중용의 지혜와 사랑이다. 정이란 올바르게 바로잡는 것으로 정직과 정도를 실천하는 도덕성이다. 중정을 가지고 무슨 일이든 올바로 대응하고 처리하는 인격이라야 지도자가 된다고 한다. 그런 인격적 덕목을 공자는 지인용(智仁勇)이라 했다. 즉 지혜와 사랑, 용기라 하기도 한다.
이 셋은 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이기에 도덕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불성무물(不誠無物), 진실의 정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천하에서 가장 지극한 진실의 실존이 되어야 백성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용의 뜻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하듯 진실한 실존은 사상이나 이념을 벗어나 모든 생명과 소통하고 하나가 될 수 있다. 진실한 실존이 될 때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가져야 할 최우선 덕목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높은 도덕성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똑똑하다는 사람도 정당에만 들어가면 오히려 이성을 잃고 정치를 동물적 본능으로 하고 있다. 정치인만 되면 권력 쟁취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 지성과 이성의 능력을 잃고 팬덤에 빠져서 양심과 도덕을 외면하면 누구도 백성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도덕이 없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지도자에게 도덕성이 필수라는 의식이 공자 이래 수천 년을 전해온 동양의 지혜인데 아직도 우리는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진실한 지도자를 찾으려면.
"알렉시스 토크빌의 말처럼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게 사실일까? 정치가 여야의 대립과 양극화로 치닫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당의 운영 방식, 당원이나 유권자의 의식 수준이 아닌가 싶다. 국회에서 일어나는 생중계를 가끔 바라보면 진실한 인격적 지도자가 존중받는 풍토는 아닌 듯싶다.
국민의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정부의 수준도 올라간다는 토크빌의 말을 믿고 싶다. 정치의 수준을 올리려면 국민의 수준이 올라야 하고 국민의 수준을 올리는 길은 나의 수준을 올리는 길이지 다른 길이 없다.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속물 문화가 아니라 사랑과 평화의 도를 추구하는 생명 문화를 일으켜야 하겠다. 가난해도 문화적으로 진실하게 사는 사람이 더 존중받는 그런 문화 풍조를 일으켜야 안정된 세계가 될 것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위험한 순간에 필요한 리더십을 천시(天時), 지리(地理), 인화(人和)라는 세가지로 말한다. 천시는 예측하고 준비하여 하늘의 때와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리는 관련 정보를 모두 파악해야 한다는 것, 인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화합하고 일치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모든 전투에서 승리한 비결도 천시, 지리, 인화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달의 움직임에 따라 물살과 바람의 때를 알고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를 미리 준비하고 결정했다. 수백 척 왜군 앞에 12척으로 맞서야 하는 두려움 앞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단합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고 솔선해서 싸웠다.
위기 시 지도자는 예측하고 준비하여 절호의 때를 아는 영성과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계획하는 지성, 그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화합하여 함께 극복할 수 있는 감성의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다."
-불통의 시대에 소통을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늘과 땅의 자리가 변해야 한다. 위에 있던 권력자는 내려오고 아래에 있던 백성은 올라가서 위와 아래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역지사지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하는 시대를 지천태(地天泰)라 한다. 주역의 지천태가 말하는 것은 하늘과 땅과 만물이 서로 어울려 건강하게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임을 알라는 것이다. 거기에 우리도 한 생명으로 동참해 건강하게 소통하며 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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