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가 위축돼 지갑을 닫는 이들이 많아지자 식품업계가 단종제품을 재출시하는 이른바 레트로(복고)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관련 제품에 추억을 갖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소비자에게는 신선함을 줘 모든 연령대를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50년 전 출시한 '농심 라면'을 이달 13일 재출시했다. 이 제품은 당시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문구로 인기를 끈 바 있다. 1978년 롯데공업에서 농심으로 기업 사명을 바꿀 정도였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농심이 신라면을 출시하면서 농심라면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랬던 농심라면이 약 40년 만에 재탄생했다. 농심은 패키지도 1975년 출시 당시 디자인을 계승했다. 농심라면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복고풍의 새로움을 더했다. 농심은 농심라면 외에도 상반기 중 2개 제품 재출시를 검토 중이다.
이같은 레트로 열풍에 유업계도 응답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1993년에 출시됐다가 2012년에 단종된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12년 만에 재출시했다. 서울우유는 "추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트렌드와 단종 제품 재출시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청을 반영해 미노스 바나나우유의 재출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도 복고열풍을 잇는다. 오리온은 올해 1분기 '비틀즈'를 재출시할 예정이다. 또 대표 과자 브랜드 '초코송이' 한정판 제품 '딸기송이'도 3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앞서 오리오은 지난 2022년 딸기송이, 딸기 고래밥, 초코파이 정 딸기스케치 등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레트로 상품 출시가 이어지는 것은 옛 향수를 자극해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경기 불황도 레트로 상품 출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수록 과거 호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23년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복고(레트로) 문화 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5명 이상(51.6%)은 사람들이 과거나 옛것을 그리워하는 이유로 "현실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라고 답했다.
특히 2015년과 비교했을 때 복고문화 주 향유 연령층은 점점 더 어려지는 추세다. 2015년에는 30대(58.7%), 40대(56.3%)가 복고 문화를 주로 즐겼다면 2023년에는 20대(65.8%)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레트로 제품이 20대 소비자들에게는 힙하다는 이미지가 있어 식품업계도 옛 디자인 그대로 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레트로 열풍이 식품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분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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