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화재 원인으로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지목되고 있다. 정부와 소방당국은 30일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경 부산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ABL391편 여객기 화재 사고와 관련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지역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다.
화재 원인으로는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사고기에 탑승했던 승무원이 기내 뒤편 주방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중 닫혀 있던 오버헤드빈(기내 좌석 위 짐칸)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보고 관제탑에 상황을 보고한 데다 사고기 탑승객 역시 선반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진술해서다.
이에 국토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이날 합동으로 에어부산 화재에 대한 정밀 감식을 진행한다. 조사위는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를 회수해 내용을 분석할 계획이다.
보조배터리는 항공 위험물로 분류돼 위탁 수하물로 부치지 않고 승객이 직접 기내에 갖고 타도록 돼 있다. 충격이나 과열, 내부 단락이 발생하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기내 휴대도 탑승객 관리가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게다가 보조배터리는 용량에 따라 기내 반입 여부가 결정된다. 100와트시(Wh) 이하 제품은 자유롭게 반입할 수 있지만 100~160Wh는 항공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160Wh를 초과하면 반입이 금지된다. 위탁 수하물로도 부칠 수 없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사고기에 반입된 보조배터리 용량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간 보조배터리 사고는 연간 5회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적기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3년 6건, 2024년에는 8월까지 5건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지난해 8월까지 항공사별 기내 배터리 화재 건수는 대한항공 4건, 제주항공·에어부산 2건, 아시아나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1건 등이다.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는 불과 한 달여 전에도 있었다. 지난달 12일 에어부산 BX142편에서는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중 한 승객이 들고 있던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승무원이 기내 소화기로 진압했다. 지난해 7월에도 태국 방콕 수완나품공항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올 예정이던 이스타항공 ZE512편에서 승객이 소지한 보조배터리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당시 연기를 목격한 승무원이 물을 부어 진압했고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국토부와 부산지방항공청은 사고 직후인 지난 29일 새벽 0시 30분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관계기관 합동 대테러 조사를 실시했다. 항공기 내 반입이 금지된 위해물품 등 테러와 관련한 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향후 사고조사위 조사 등에서 용의점이 파악되면 관계기관 합동으로 추가 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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