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日 '기능실습제도' 개혁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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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5-02-0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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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본 정부는 2024년 6월, 출입국 관리법과 기능실습법을 개정하여 이른바 ‘기능실습제도’ 개혁을 단행하였다. 새로 개정된 법률은 2027년 시행이 예상된다. 아직 시행까지는 2년 남짓의 시간이 남아 있다. 필자가 ‘기능실습제도’를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제도가 일본이 필요로 하는 단순노동의 핵심 공급원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출생률은 저하하고 고령화는 가속화된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어서 경제성장과 더불어 저임금 단순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특히 버블경제기에는 노동 수요 급증과 더불어 극심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다. 관광객 입국이 늘었고 불법 체류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시기 외국인 노동력의 공급은 대부분 관광객 불법 체류자였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기 시작한다. 1981년 해외에 지점이 있거나 관련 회사가 있는 기업이 채용한 외국인을 1년간 연수생으로 초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도입하였다. 1989년에는 아예 ‘연수’라는 재류자격을 별도로 만들었다. 일본의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외국인을 초청하여 행하는 기술, 기능 또는 지식의 습득 행위를 ‘연수’라 정의하였다. 일본의 우수한 기술과 지식을 개발도상국의 인재에게 전수함으로써 국제사회에 기여한다는 고상한 목표도 내세웠다.

그러나 연수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이 제도에서 배제된 중소기업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그래서 1990년 연수생을 초청할 수 있는 대상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확대하였다. 이른바 ‘단체감리형’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수생이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이 상한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긴 기간 체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중소기업의 요구는 날로 높아졌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1993년 앞에서 언급한 ‘기능실습제도’가 등장한다. 1년간 연수를 마치면 추가 1년은 ‘특정활동’이라는 재류자격으로 더 체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997년에는 ‘특정활동’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여 연수생의 체재기간은 총 3년으로 연장되었다. 2016년에는 ‘기능실습법’을 제정하여 실습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대상 직종도 17개에서 82개로 확대하는 등 대폭적인 제도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른바 ‘기술, 기능 또는 지식’을 습득하는 연수생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그런데 이들 연수생은 과연 일본에서 자신의 ‘기술, 기능 또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정말 연수를 받은 것인가? 그들은 국제협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인력거래’였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중국, 2010년대에는 베트남, 2020년대에는 네팔,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의 국가가 주요 플레이어였다. 필리핀은 노동력 수출을 국가의 중요 정책으로 추진하여 송금이 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국가는 사활을 걸고 자국 노동자의 해외 일자리를 찾고 알선하고 수출하려 한다. 이러한 현상은 예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렇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핵심 플레이어 국가가 변화할 뿐이다. 

일본의 기능실습제도는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무엇보다도 실습기간(현재 5년)에는 다른 회사로 이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불만이 쌓인다. 일본에는 ’외국인기능실습기구‘라는 관리·감독기관이 있고 기능실습생을 수용하고 지원하는 ’감리단체‘가 별도로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고충을 충분히 듣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도망치거나 귀국해야 한다. 그러나 귀국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은 일본에 오기 위해 막대한 액수의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은 하나 남는다. 도망치는 것이다. 이렇게 실종자들은 매년 늘어난다. 

이러한 상황을 계속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가? 인권 문제가 무엇보다도 첫째다. 사와다 아키히로의 저서 <르포 기능실습생>(2020년, 일본어 서적)은 일본의 기능실습제도 실태를 적나라하게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 베트남 기능실습생의 사례를 취재하여 소개하였는데 참으로 기가 막히는 사례들이 많다. 식품가공회사에서 일하는 기능실습생 기숙사에 회사 사장이 침입하여 성적 폭행을 가하는 등 인권유린 사례도 소개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수용 태세에 대한 나쁜 소문이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는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이외에 갈 수 있는 국가들로 대만이 있고 한국이 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국가로 이들은 향할 것이다. 경쟁국가의 등장으로 일본 정부로서도 자신의 평판을 관리할 필요가 높아졌다. 이것이 모두에서 언급한 ’기능실습제도‘ 개혁의 배경이다.

이 개혁을 통해 일본은 실상과는 너무 동떨어진 국제협력이라는 고상한 체면을 버리고 ‘인재확보’라는 실제의 목표를 제시하였다. 일본 정부는 단순 노동력 확보라는 제도의 실상을 인정한 것이다. 1993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30년도 더 지나서이다. 그리고 이전 제도가 가지고 있던 문제의 해결 방안들을 제시하였다. 첫째가 본인 의향에 의한 이직제도의 신설이다. 동종업종으로 제한되고 일본어와 기능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제 회사에 불만이 있으면 다른 회사로 이직이 가능하다. 인권, 직업의 자유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나아가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가 장기적으로는 영주할 수 있는 길도 제도적으로는 터 주었다. ‘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일본이 기능실습제도가 가지고 있던 문제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얼마나 신뢰를 회복해 갈 수 있을 것인지는 2027년 이후의 실태를 통해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도 일본과 상당히 유사한 과정을 거치면서 외국인 노동자 관련 제도가 발달해 왔다. 즉 1980년대 이후 대학진학률 증가와 더불어 제조업 노동력 부족, 국내 여행 외국인의 불법 체류 등 문제에 직면하면서 1993년 일본의 연수생 제도를 모방하여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하였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제협력이라는 고상한 목표를 버리고 바로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여 매년 5만명 정도의 외국인 노동자를 신규로 받아들여 왔다. 최근에는 신규 인력의 상한을 13만명으로 크게 확대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실종에 의한 불법 체류, 노동착취, 임금 체불 문제가 심각하고 이직의 자유가 제한적으로 되어 있는 등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만이 누적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 바야흐로 아시아 지역에서 국경 간 노동이동이 본격화되고 노동력 확보를 위한 유치경쟁이 격화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외국인 노동력은 일본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서도 필수적인 생산요소이다. 더 유능한 외국인 노동력을 유치하고 나아가 이들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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