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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을 만드는 데는 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있으시고 또 다른 의미도 지니고 계시겠지만, 저같이 구순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정신건강을 지켜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재무부 출신 문인들로 구성된 ‘재경(財經)문학회’가 최근 ‘재경문학 제9호’를 발간했다.
설균태 재경문학회 회장(88)은 권두언 ‘오늘도 정신건강을 지키려고 글을 씁니다’에서 이같이 말했다. 또 “재경문학이 연륜을 거듭하면서 수준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재무부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설 회장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수석특별위원, VISA International 국제이사, 전북신용보증재단 초대 이사장, KB국민카드 수석부사장, ADB(아시아개발은행) 자문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초엔 성균관 고문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재경문학 제9호에는 서양화, 서예, 시론, 시조, 시, 수필 등 다양한 작품이 수록돼 있다. 이우철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 장관,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설 회장은 이번 호에 ‘2박 3일간의 선비문화 연수 체험 소회’ 등 수필 2편을 게재했다. 그는 경북 안동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방문 소감을 전하며 “영국에는 신사도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는 선비 정신을 계승해 나가는 것이 우리 국민의 품격을 지켜나갈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장·조달청장·금통위원·기획예산처 장관 등을 역임한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겸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은 수필 ‘진정한 입신양명’에서 나주 목사를 지낸 학봉 김성일 선생(1538~1593)을 기리는 '나주 목사 학봉 김성일 방'에서 묵었던 일화를 전했다.
김병일 원장은 “지역주민이 먼저 나서서 오래전 먼 타향(전라도 나주)에 와서 선정을 베푼 학봉(경상도 안동 사람)을 못 잊고 기리는 마음은 정말로 되살려야 할 미담이요, 입신양명의 모범 사례”라며 “전·현직 고위층의 비리와 부패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현실에서 진정으로 존경받는 리더, 청렴한 지도자를 갈구하는 우리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고 썼다.
박재완 제3대 기획재정부 장관은 격려사에서 “우리는 '재경문학'에 담긴 작품을 통해 선후배 동료들의 치열했던 삶의 궤적과 깊이를 마주하고 감동과 함께 영감을 얻는다”며 “재경문학 회원들께서 시와 수필로 풀어낸 단상, 그리고 회화와 서예로 표현한 아름다움은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최종수 성균관장은 축사를 통해 “수록된 글은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맡은 책무를 다한 분들의 진솔하고 아름다움 가득한 내용이기에 현실감이 있고 매우 교훈적”이라며 “도덕교육이 쇠퇴한 혼란의 길목에서 재경문학의 글과 작품은 올바른 가치와 도덕의 중요성을 일깨워 줘 정서 순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한편 설 회장이 이끄는 ‘재경문학회’는 창작 활동을 통한 재경회 회원의 심신 훈련과 문학 활동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재경회를 비롯해 공정동우회와 예우회 회원들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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