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 아름다움은 연약함에 있어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지만, 그럼에도 힘을 갖고 있죠.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예술 앞에서는 무장해제된다고 할까요. 예술로 세계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더 나은 방향이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죠.”
네오 클래식의 거장으로 꼽히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70)는 지난 13일 국내 기자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예술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했다.
에이나우디는 전 세계 음악 서비스에서 스트리밍 390억회를 돌파하는 등 독보적인 인기를 구축한 클래식 작곡가다. 그는 최근 17번째 정규앨범 ‘더 서머 포트레이츠’를 발매했다. 에이나우디와 오랫동안 작업한 페데리코 메코치(바이올린·비올라), 레디 하사(첼로), 프란체스코 아큐리(다악기 연주자)가 녹음에 참여했다.
에이나우디에게 앨범은 책이고, 앨범 속 곡들은 각 챕터나 마찬가지다. 삶의 각각의 순간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영감으로 책을 써 내려가듯 앨범을 채운다.
그는 “삶의 각 순간에 영감이 찾아온다. 어떻게 찾아왔는지 모르는 경우들이 있다”며 “순간순간 찾아온 아이디어들을 핸드폰에 저장했다가 골라서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서머 포트레이츠’는 제 여름의 기억에 바탕을 둔다”며 어린시절 여름방학 3개월간 어촌마을에서 휴가를 보내며 자유를 만끽했던 시절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친구들과 배를 타고 나가서 그날 잡은 물고기를 먹는 등 어린 시절의 모험은 그에게 최고의 추억이다. 그는 “여름방학이 아닌,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세계를 직접 경험하고 탐험하는 것. 그야말로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앨범 첫 싱글이자 오프닝 트랙 '로즈 베이’(Rose Bay)의 뮤직비디오에는 이러한 어린 시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렇듯 에이나우디의 영감은 자연과 연결돼 있다. 특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월든’의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그는 “소로는 인간이 삶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은 생각하지 않고 돈 버는 데만 관심이 있는 데 대해 글로 남겼다”며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2년 동안 살면서 날마다 벌어지는 자연의 변화를 글로 썼다”고 했다.
이번 음반은 발매와 동시에 애플클래식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에이나우디는 인기 비결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음악을 통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영감을 얻기 위해서 날마다 특정한 장소에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연주할 때 좋을 수도, 또 안 좋을 수도 있다”며 “본능대로 따라가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에이나우디는 '나만의 새로운 영토'를 찾아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창조의 힘은 새로운 영토를 탐색하는 데 있어요. 해보지 않은 것을 탐구하는 게 매우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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