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일본에서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해 세운 기업인 라피더스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4일, 라피더스가 관세 적용을 제외 받지 못하면 양산 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등 일본 대표 대기업 8곳이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2022년 설립한 회사로, 2027년 최첨단 2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주요 수출국으로 미국으로 상정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발 반도체 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자동차에 25% 정도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히고,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서도 “25%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러한 가운데 닛케이는 “일본 기업이 대상이 될 경우, 일본 정부는 일본 제품의 적용 제외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와 미국 기업이 발주한 반도체도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이 3월 방미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라피더스가 미국 업체인 IBM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를 제조한다는 점을 강조해 관세 부과 제외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미국에 IT 기기용 메모리, 전기차에 사용하는 전력 반도체 등을 수출하고 있다. 미·일 양국 간에는 반도체 관세가 철폐되어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추가 관세가 적용되면 일본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다만 지난해 일본의 대미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3%인 1387억엔(약 1조3247억원)에 불과해 현재로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7년 이후에는 최첨단 반도체의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 인상을 암시한 뒤 미국 내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본 반도체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는 관세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가 나오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예측할 수 없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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