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시 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기민당) 대표가 총선 승리 직후 곧바로 독일의 방위비 증액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박과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에 직면한 유럽이 본격적으로 자체 국방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는 올라프 숄츠 현 독일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과 최대 2000억 유로(약 300조원) 규모의 특별 방위 예산을 빠르게 편성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표 후 독일 의회가 승인한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 방위 예산의 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메르츠 대표와 사민당 측은 정부 대출에 대한 독일의 깐깐한 규제를 우회해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기민당의 메르츠 대표는 경제력과 국방력 강화를 통한 '강한 독일' 및 '강한 유럽'을 주장해 온 인물로, 전날 총선 승리 후 "나의 절대적인 우선순위는 우리가 점차 미국에서 실질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유럽을 가능한 한 빨리 강하게 만드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도 "유럽의 자정까지 5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언급하는 등 향후 국방력 강화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추진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유럽은 미국의 지원 없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체 방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덴마크, 폴란드 등이 잇따라 방위비 인상 계획을 밝혔고, 영국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이번 주에 범유럽 방위 기금 조성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기 이날 전했다. 또한 프랑스는 핵무기 탑재 전투기를 독일에 배치하는 방안을 포함해 유럽에 핵 우산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지가 보도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유럽이 방위비를 "점차 증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은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은 13명의 서방 정상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동의 주된 논의는 유럽 자체 방위 역량이었던 것을 지목하며 "트럼프의 미국이 발을 빼는 가운데 유럽은 러시아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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