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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글로벌 해상운임 하락세가 완연한 가운데 MSC와 머스크 등 메이저 선사들이 주도하는 치킨 게임도 본격화하면서 해운 업황 둔화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영화 작업이 진행 중인 HMM의 실적 악화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글로벌 3대 해운 동맹 중 HMM이 속한 프리미어 얼라이언스가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고 뒷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2500선을 웃돌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6주 연속 하락하며 1500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21일 기준 SCFI는 1595.08로 집계됐다. 전주(1758.82) 대비 163.74포인트, 1월 첫째 주 기준으로는 910.0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1분기가 해운업계 비수기인 점을 고려해도 두 달 새 33% 이상 급락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있고 중동 정세 개선에 따른 홍해 사태 완화 등도 예상돼 해상운임 하락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업황 둔화 가능성에 HMM을 비롯한 해운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SCFI 지수 하락은 해운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고 시장이 쪼그라들면 선사 간 나눠야 할 파이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진행 중인 출혈 경쟁이 더 격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HMM의 경쟁력이 MSC·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팬데믹 영향으로 해운 운임이 폭등할 때 메이저 선사들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HMM은 운신의 폭이 좁았다.
실제 상위권 선사들과 비교해 HMM의 선복량과 점유율은 격차가 상당하다. 글로벌 해운 시장 80% 이상을 10대 대형 선사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세계 1~2위 선사인 MSC와 머스크 점유율은 35%를 웃돈다. HMM 선복량은 9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안팎으로 1위 선사인 MSC(630만TEU) 대비 7분의 1 정도다.
HMM과 일본 ONE, 대만 양밍 등이 주축인 해운 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도 선복량 기준으로 또 다른 동맹인 오션얼라이언스 대비 3분의 1, 제미나이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치킨 게임이 장기화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독과점 시장에서 HMM이 살아남으려면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사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해운 시장에 국한된 현재의 중장기 대책으로는 지속 가능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기존 컨테이너선 사업 외에 HMM이 집중하고 있는 벌크선 사업 역시 경기 동조화 경향이 강하다"며 "해운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보다는 물류 사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리스크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합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할 때라는 조언이다.
실제 지난 100년간 글로벌 정상급 선사 지위를 유지 중인 머스크는 해운뿐 아니라 육상·항공 물류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며 해운업 침체 속에서도 불황 없이 시장 1위를 유지해 왔다.
한 교수는 "글로벌 해운 시장은 이미 강력한 경쟁 선사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며 "해상 사업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메이저 선사가) 차지하지 못한 틈을 노려 물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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