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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횡보하던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동 등 이른바 잠·삼·대·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이후 해당 지역뿐 아니라 마포·성동구 등에서도 신고가 작성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토허제 해제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서울 집값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리면서 상승 거래가 늘어날 전망이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1% 상승했다. 전주(0.06% 상승)보다 상승 폭이 2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며, 특히 토허제 해제 지역이 속한 송파구와 강남구가 각각 0.58%, 0.38% 오르면서 서울 전체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 ‘강남 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상승률은 0.36%로 나타나 2024년 8월 넷째 주(0.37%) 이후 반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99㎡는 토허제 해제 전인 지난 1월 중순만 해도 실거래가가 26억원대였으나 지난달 초 28억3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직 거래신고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해당 면적대가 최고 31억원에 손바뀜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는 토허제 해제 다음 날인 지난달 13일 4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보다 7000만원 올랐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전용 168㎡는 지난 23일 63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리얼투데이가 지난달 12~20일 강남 3구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을 조사한 결과 24억5139만원으로, 토허제 해제 전인 지난달 1~11일(22억6969만원)과 비교해 8.0%(1억817만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허제 해제로 촉발된 강남권 아파트 값 상승세는 타 지역으로도 옮겨붙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65㎡는 지난달 8일 58억원에 거래돼 3개월 만에 1억원 더 올라 신고가를 기록했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59㎡는 지난달 17일 18억4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동구 고덕동 일대 아파트 단지도 최근 호가가 뛰는 등 들썩이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중개사무소 대표는 "잠실로 수요가 몰리면서 고덕동은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약할 것으로 봤는데 매수 문의가 많다"며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본 수요자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송파·강남 등을 중심으로 한 서울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기준금리 인하(0.25%포인트)를 결정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대출금리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탄핵 정국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관망하던 수요자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기준금리에 이은 대출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가격 상승 폭이나 속도가 예상보다 크고 빠르다"며 "강남권은 물론 마포·용산·성동 등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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