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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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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용 금융부 부장
입력 2025-03-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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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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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어 올해도 늑대가 또 나타난다고 난리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라는 늑대가 우리 경제를 헤쳐 놓을 것이라고 하더니, 올해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라는 더 큰 늑대가 우리 경제를 잡아 먹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짜로 늑대가 나타날 것이라고 잘 믿지 않는 분위기다.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거의 매년 'OO 위기설'로 공포에 떨었지만 우리 경제가 실제로 추락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에 나와 있는 얘기와 비슷하다. 이제 아무리 큰 늑대가 나타난다고 경고해도, 지난해 또는 전전해처럼 한갓 '설'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확신(?)이 알게 모르게 우리 내면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솝우화와 다른 점이 있다. 늑대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모든 해의 위기설을 다 살펴볼 순 없으니 지난해 부동산 'PF' 위기설만 얘기해 보자. 핵심은 부동산 PF 위기설이 양치기 소년의 말처럼 거짓말이었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동산 PF 위기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처음에 걱정했던 것처럼 한꺼번에 모든 폭탄이 폭발한 것은 아니지만, 소규모 폭탄은 이곳저곳서 산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지난해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신동아건설과 삼부토건 등 7곳이 연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달에 2만2800여 가구를 넘어서 지난 2013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실 정부는 PF폭탄이 일거에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금융권과 협의해 부실 공사장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혹시나 부동산 심리가 냉각될까 정책대출을 최대한 풀고 있다. 올해 정책대출 규모도 지난해와 비슷한 60조원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부동산PF 위기는 허구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침체된다던 부동산 시장은 다시 활황을 띠고 있고, 30평 강남 아파트 가격이 30~40억원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해서도 '거짓 늑대'로 치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미국 발 관세전쟁이 초래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기 침체를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관세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 내부적인 취약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리 경제 성장엔진인 수출 전망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부가가 본격화 되면 수출 감소세는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안팎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1%대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15년 뒤에는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 반도체 자동차 수출에만 의지하는 현재의 산업구조로는 과거와 같은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PF 위기설로 잔뜩 겁을 먹었던 사람들이 생각했던 그 무서운 늑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다만 그 늑대가 아직 안 나타났다고 모든 위기를 단순한 '설'로 치부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 대출 규제가 풀리자마자 서울 어디든 집을 사야 겠다는 '영끌'족의 재등장은 '늑대는 절대 안 나타날 것'이라 믿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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