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 푸르지오 인근 공인중개업소 A씨는 18일 "지난해 2월 청약 당시 19명만 신청했는데 1억원 할인 분양하니 최근엔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매수자도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매물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아직 층수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는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가 8742가구에 달해 전국 미분양(7만2624가구)의 12%에 달한다. 특히 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더욱 심각해 1월 전국 악성 미분양(2만2872가구) 중 대구가 3075가구로 13.4%에 이른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대구만 따져보면 미분양 아파트 8742가구 중 악성미분양 물량이 3075가구로 셋 중 하나가 악성 미분양인 셈이다. 2022년 12월 281가구이던 악성 미분양은 불과 2년여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유명 학군지인 수성구도 미분양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수성구 황금동 힐스테이트 황금역 리저브1·2단지 역시 분양가를 최대 10%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 중이다. 단지 내에는 ‘빠른 분양을 응원합니다! 할인분양 완전 대환영’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도 ‘최대 2억원 상당 혜택, 분양가 최대 10%’라는 홍보 문구가 내걸렸다. 해당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씨는 "3호선 황금역 바로 앞인 데다 학군지이고, 수성구청이 이전 및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입지가 좋다"면서 "지난해 전용면적 84㎡ 분양 예상가는 9억원대였는데 지금 7억원 후반까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분양 시장뿐 아니라 구축 주택 시장도 한파를 겪고 있다. 오는 5월 준공 예정인 중구 ‘힐스테이트 동인’ 입주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10년째 거주 중인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는 C씨는 “작년부터 매물로 내놨는데 집을 보러 딱 한 명 왔다. 미분양 신축 아파트가 많으니 구축 매물은 팔리지도 않아 잔금 마련이 걱정"이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공공의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미지근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분양 아파트를 공공이 매입해서 임대한다고 해도 입지와 가격 등에 따라 임대수요가 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제 혜택 등을 보다 확대해 지방 주택 매매 수요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침체된 지방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악성 미분양에 대해서는 다주택자 취득세와 등록세를 완화하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적극적으로 야당을 설득해서 건설 경기를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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