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일본산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원·엔 환율은 최근 995.09원까지 상승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100엔당 10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일본산 소부장을 많이 사용하는 국내 전자·반도체 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소부장넷에 따르면 최근 10년 중 대(對)일 소부장 수입액이 연간 기준 500억 달러를 넘겼던 것은 총 네 번으로 당시 원·엔 환율은 900원 후반대~1000원대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은 800원 후반대에서 불과 넉 달 만에 100원 이상 상승했다. 정부가 2019년부터 일본산 소부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일본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일부 품목은 여전히 대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일본 제품의 기술력이 높은 데다가, 한국의 전자 및 반도체 산업이 지속 성장한 데 따른 결과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품질 부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일본산 수입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엔고가 계속되면 한국 기업들의 수입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고, 이는 물가 상승과 대일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