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속에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 상호관세를 실행하겠다며 관세 강행 의지를 밝혔다.
연준은 1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에 이어 2회 연속 동결이다.
연준은 또 올해 미국 경제 환경이 한층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 위원들의 경제 전망을 종합한 경제전망요약(SEP)에 따르면 올해 미국 성장률 예상치는 1.7%로 지난해 12월 전망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연말 전망치는 2.7%로 0.2%포인트 상승해 성장률 둔화 속에서도 물가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이러한 경제 전망이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관세 정책을 비롯한 경제 정책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전망과 관련해 "상당 부분은 관세로 인한 것"이라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이 "당분간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심리가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는 대대적 변화를 추진하는 정권 초기의 혼란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경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금리를 인하하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 영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전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경제 상황이 어떤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준 인사들이 올해 말 금리를 전망한 점도표는 중간값 기준 3.9%(3.75~4%)로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25bp(1bp=0.01%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연준의 우려스러운 경제 전망아 발표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경기 침체와 함께 물가 상승이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골드만삭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채권 및 유동성 솔루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휘트니 왓슨은 연준의 경제 전망에 "스태그플레이션 느낌이 난다"고 언급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경제 전망이 트럼프의 당선으로 급격히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경제 전망에도 불구하고 관세 강행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준 금리 발표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며 "미국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이어 상호관세 발표일로 예고한 내달 2일을 가리키며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4월 2일은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나는 4월 2일을 미국 해방의 날로 부른다"며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내달 2일 각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먼저 협상을 시작해 무역 장벽을 낮추는 국가들은 관세를 피할 수 있지만 미국과 교역량이 많으면서도 대미 관세가 높은 '지저분한 15(Dirty 15)' 국가들에는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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