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급등세에 따른 조정 국면 진입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중국 증시 주요 주가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부양책 도입 지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도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21일 상하이종합지수는 44.12포인트(1.29%) 하락한 3364.83, 선전성분지수는 191.94포인트(1.76%) 내린 1만687.55에 장을 마쳤다.대형주 벤치마크 지수 CSI300과 기술주 중심의 창업판은 각각 60.30포인트(1.52%), 47.75포인트(2.17%) 떨어진 3914.70, 2152.28에 마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분석가들은 지난 17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 증시가 “곧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개월 동안 중국 지수의 움직임이 10년 전과 매우 비슷한 양상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 증시는 2015년 5월에 정점을 찍은 뒤 약 10달 동안 50%가량 하락했고, 아직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모건스탠리도 중국 국내 투자 심리가 냉각되었다고 지적하며 증시가 변동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회복세에도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생산·투자 등 이번주 발표된 중국의 1~2월 경제 지표는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이구환신(낡은 제품 새것으로 교체) 보조금 효과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전문가들은 2분기에는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더구나 인민은행은 전날 사실상 기준 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을 동결하는 등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로 예고한 상호관세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돼, 4월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샹카이증권의 치우화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하고 부양책이 소강상태에 있다”면서 “4월까지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왔던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동차, 반도체 업종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전날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던 비야디(BYD)는 차익실현 매물이 몰리면서 7% 급락했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2.21% 내린 2만3685.70에 문을 닫았다. 3주 만의 최대 낙폭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 빅테크들의 실적은 대체로 좋았지만, 기대치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미국의 기술주와의 격차도 좁아져 차익실현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앨빈 응간 중타이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에서 “미국 주식의 조정 이후 중국과 미국 기술주 간의 벨류에이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고 짚었다.
항셍테크지수는 이날 3.41 % 급락했다. 그럼에도 이 지수는 올해 들어 약 26% 상승한 상태다. 중국 대표 기술주 알리바바는 4% 넘게 하락했고, 메이퇀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0.06% 밀렸다. 샤오미는 0.88%, 텐센트는 1.35% 하락했다. 두 기업 모두 이번주 호실적을 발표했다. 샤오미는 올해 전기차 인도량 목표도 상향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인 리카싱 가문이 소유한 홍콩 CK 허치슨 홀딩스의 작년 매출이 27% 급락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 기업 주가는 3.57% 떨어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