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내 양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퓨리오사AI가 미국 메타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자체 AI칩의 우수한 성능과 외부 투자 유치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업 해외 매각 대신 독자 경영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이날 사내에 메타와 인수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메타 측에도 매각 거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퓨리오사AI는 AI 두뇌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수 있는 추론용 AI칩을 설계하는 국내 팹리스다. 지난해 8월 2세대 AI추론칩인 '레니게이드(RGND)'를 공개하며 엔비디아 추격과 고객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레니게이드는 SK하이닉스가 공급한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탑재하고 TSMC 5㎚ 공정에서 양산된다. 지난해 5월 첫 샘플칩이 나왔고 7월부터 고객사에 실제 제품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레니게이드는 엔비디아의 최상위 추론용 AI칩인 'L40s'와 유사한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운영비용은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게 특징이다.
업계에선 백 대표가 메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을 놓고 최근 다수의 빅테크 및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진행한 레니게이드 성능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받으면서 독자적인 칩 개발·양산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퓨리오사AI는 공식적으로는 LG AI연구원, 사우디 아람코 등과 레니게이드 도입 논의 및 성능 테스트를 해왔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주 고객인 빅테크 및 클라우드 기업과 접촉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자사 AI 모델 '라마' 추론을 위해 자체 AI칩 설계 능력을 갖춘 팹리스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퓨리오사AI에 본래 기업 가치인 8000억원보다 4000억원가량 더 많은 8억 달러(약 1조2000억원)의 인수 제안가를 제시하며 협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다만 퓨리오사AI 인수 뒤 메타의 사업 방향과 조직 구성 등이 백 대표의 당초 구상과 차이가 커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퓨리오사AI는 레니게이드 양산을 위해 산업은행 자금 300억원을 포함해 총 700억원 규모 투자를 한 달 내로 유치할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