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AFP]
미국과 러시아가 긍정적 분위기 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회담을 마쳤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담이 진행되는 중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우크라이나 휴전 방안을 두고 12시간 넘게 ‘마라톤 회담’을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쯤 시작한 회담은 오후 10시 30분쯤에 이르러서야 끝났다. 이는 올해 미국과 러시아가 진행한 대화 중 최장 기록이다. 양국 대표단은 이날 3차례 휴식하며 장시간 대화에 임했다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미국 대표로는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를 비롯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앤톤 국무부 정책기획국장 등이 참석했다. 러시아에서는 그리고리 카라신 상원 국제문제위원장, 세르게이 베세다 연방보안국(FSB) 국장고문 등이 나왔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회담 결과에 대한 양국 공동성명이 25일 러시아 크렘린궁과 미국 백악관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회담이 긍정적 분위기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전문가팀이 주관한 회담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긍정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의제 중 핵심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로 합의한 ‘부분 휴전안’이다.
휴전안은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에너지·인프라 분야에 대한 공격을 30일간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부분 휴전안에 대한 동의를 받아뒀다.
또 이번 회담에서는 에너지 분야 휴전을 흑해 해상 휴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양국 회담 도중 브리핑에서 “사우디에서 흑해로 휴전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회담에서 흑해곡물협정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이번 회담은 전날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리야드에서 약 5시간 동안 회담한 이후에 열렸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끄는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은 전날 X(옛 트위터)에서 “논의는 생산적이고 밀도 있었으며, 우리는 에너지를 포함한 핵심 사안들을 다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며 “영토 분계선과 발전소 소유권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발전소를 소유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그것은 우리에게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확히 어떤 발전소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군 통제 아래 있는 자포리자 원전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원자로 6기를 보유한 유럽 최대 규모 원전이다.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통제하게 되면서 현재는 가동 중단 상태다.
우크라 수도 키이우 공습 피해·러 벨고로드서도 민간인 사상
러시아-우크라이나가 부분 휴전안을 두고 미국과 고위 실무회담을 하는 중에도 양국 간 공습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간밤 드론 89대를 발사했으며 이 중 57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접경 지역인 북부 수미에서는 학교와 병원, 주거용 건물 등이 포격 피해를 입었다. 아르템 코브자르 수미시장 대행은 텔레그램에 “어린이 14명을 포함해 부상자가 65명이나 나왔다”고 적었다.
자포리자 지역에서도 50대 여성 1명이 부상했고 고층 건물과 주거용 건물 여러 채가 훼손됐다고 현지 당국이 발표했다.
사이버 공격 피해도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국유 철도회사인 우크르잘리즈니차는 이날 온라인 관리 시스템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았으며 복구 중이라고 알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2시쯤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크라스노다르주 카스피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 석유 펌프장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벨고로드의 바체슬라프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미사일 137발과 드론 50대를 날려 민간인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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