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수현이 고(故) 김새론과 관련한 논란들에 직접 입장을 밝혔다.
김수현은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수현의 법률대리인 역할을 맡은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앤파트너스 김종복 변호사도 함께 참석했다. 다만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은 전날 예고대로 진행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앞서 지난 27일 김새론 유족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으로 파문이 일자 김수현 측이 반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수현이 해명해야 할 논란은 △미성년자였던 김새론과 교제 여부 △2차에 걸쳐 김새론에게 내용 증명을 보낸 이유 등이었다.
수척한 모습으로 나타난 김수현은 김새론과 1년 정도 연애했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또한 김새론에게 채무를 압박한 적이 없다며, 김새론의 마지막 소속사 대표와 골드메달리스트 전 대표의 통화 녹음 음성을 공개해 반박했다.
아울러 김수현은 이미 카톡 감정을 받았다면서, 김새론 유족도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출해 검증을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수현의 입장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김수현입니다. 먼저 죄송합니다.
저 한 사람 때문에 너무 많은 분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인(故 김새론)도 편히 잠들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겁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나 가진 것을 지키기만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제게 오는 호의조차 믿지 못하고, 항상 무엇을 잃을까 피해를 볼까, 무서워하고, 도망치고, 부정하기 바빴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서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다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랬으면 '저를 사랑해주신 팬분들, 이 기자회견까지 말할 수 없이 애써주신 회사 식구분들, 다 이토록 괴롭지는 않지 않았을까. 저와 고인의 사생활이 폭로될 때마다 '내일은 그냥 다 이야기하자', '직접 말하고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끝내자'는 생각을 계속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망설이게 됐습니다. '내 결정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혹시 나와 모두를 잘못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눈물의 여왕' 방영 당시 고인이 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을 때도 그랬습니다. 저와 고인은 5년 전 '눈물의 여왕'이 방영되기 4년 전에 1년 정도 교제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는 교제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저의 이런 선택을 비판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와 고인 사이에 일들에 대해 제가 말하는 것들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셔도,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니까. 한 번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배우가 되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원래 저는 가진 게 많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지킬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눈물의 여왕'이 방영되고 있을 때도, 주연 배우로서 지켜야 할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때 만약 몇 년 전에 사귀었던 사람과의 관계를 인정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와 함께 일하는 배우들, 스태프들, 제작사, 그리고 우리 회사 식구분들, 다 어떻게 되는 걸까' 이렇게 인간 김수현과 스타 김수현의 선택이 엇갈릴 때마다 저는 늘 스타 김수현으로서의 선택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매일 두려웠습니다. '제가 스타 김수현이기 때문에, 지키기 위해 선택한 모든 것들이 나에게 도구로 돌아오면 어떡할까' 모든 것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만약 다시 '눈물의 여왕'이 방영 중이던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다시 그 선택을 할 것입니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마음 하나 편하자고, 그 결정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그게 지금 김수현이라는 인생을 선택한 사람이 져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선택을 비겁하다거나, 비판하신다면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아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사과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걱정이 많습니다. 그리고 불안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말들이 또 어떤 결과로 돌아올까. 하지만 제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은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런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좋게 좋게 가자. 리스크 관리하려면 일단 적당히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여라. 그럼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질거고, 나중에 나중에 컴백 준비를 해라. 그 말을 들었다면 저와 고인의 사생활이 이렇게까지 폭로되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마다 내일은 무슨 사진을 올리겠다. 뭘 터트리겠다. 이런 협박을 받지 않아도 됐을 것이고, 제 사생활을 담은 사실이 유출돼 모욕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저를 협박하면서 거짓을 사실이라고 인정하라는 강요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고인이 미성년자이던 시절 교제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인이 저의 외면으로 인해 또 저희 소속사가 고인의 채무를 압박했기 때문에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둘 다 배우라는 점을 빼면 저와 고인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연인이었습니다. 좋은 감정을 갖고 만났고, 시간이 지나 헤어지게 됐습니다. 그 뒤로는 고인과 좀처럼 연락을 주고 받지는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헤어진 사이에 연락을 주고 받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둘 다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배우이기도 했고, 고인이 저와 같은 소속사에 있었을 때는 고인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입장이라 더 그랬습니다. 그래서 고인이 음주운전 사고를 겪었을 때도 쉽게 연락할 수 없었습니다. 고인의 유족을 대변하는 유튜브 채널(가로세로연구소)에서 고인의 마지막 소속사 대표가 음주운전 사건 당시 고인이 저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고인은 다른 사람과 사귀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고인에게 어떤 연락을 하는 것이 참 조심스러웠습니다.
이미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데, 뭐라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제 말이 변명으로 들리실 수도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가만히 있고 싶기도 했습니다. 저는 늘 과분한 사랑을 받는 만큼, 오해도 많이 받습니다.
사실이 아닌 일도, 사실처럼 돌아다닙니다. 저는 그 또한 제가 감당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인의 유족은 제가 고인의 전 남자친구라는 이유로 고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자백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너는 미성년자 때부터 고인을 농락했다', '너는 돈으로 고인을 압박해 죽게 했다', '너는 살인자다'
우선 이 음성을 한 번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유족이 저와 고인의 관계를 폭로한 이유에 유족의 입장을 전달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고인의 마지막 소속사 대표의 증언을 공개했습니다. 폭로가 되고 나서 새롭게 녹음한 통화록, 이 분은 저희 소속사에서 고인과의 채무 관계에 대해 2차 내용 증명을 보내 고인에게 채무에 대해 압박한 것처럼 말했습니다.
하지만 1년 전 제 소속사 대표와 통화에서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 들어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번 논란으로 알게 된 내용이지만, 2차 내용 증명에 대한 진실은 이렇습니다. 그런데 왜 고인의 마지막 소속사 대표님이 1년 전 통화와 완전히 다른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잘못한 일은 얼마든지 인정하겠습니다.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유족이 증언한 음성 녹음은 사건 이후 새롭게 녹음한 것입니다. 유족이 처음에 공개한 카톡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카톡은 고인이 썼다고 하기에는 틀린 사실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2016년 사진이라는 것도 2019년 사진이었습니다. 또 고인이라면, 저와 고인의 나이 차이를 틀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저와 고인이 나눴던 카톡 대화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그 유튜브 채널에서는 2016년에 있는 카톡들을 증거로 저에게 '소아성애자', '미성년자 그루밍', 이 같은 프레임을 씌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6년 카톡과 2018년 카톡에서 고인과 대화하고 있는 인물들은 서로 다른 사람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증명하고자 유족이 제출한 2016년과 2018년, 그리고 올해의 제가 지인들과 나눈 카톡을 과학적으로 진술을 분석하는 검증 기관에 제출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기관은 보시는 것처럼 2016년과 2018년의 인물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족들의 폭로가 시작된 뒤로 가장 괴로운 점도 이것이었습니다. 저와 소속사가 유족의 증거에 대한 입장을 내면, 갑자기 새롭게 녹음된 증언이 공개됩니다. 사건 시점을 교묘히 바꾸는 사진과 영상, 그리고 원본이 아닌 편집된 카톡 이미지가 증거로 나옵니다. 제가 고인과 교제했다는 것을 빌미로, 가짜 증인과 증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한 선택에 대한 비판은 무엇이든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실이 아닌 모든 것들이 전부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카톡에 대해 검증 절차를 밟은 것처럼 유족 측이 증거로 내세우는 모든 것들에 수사 기관을 통해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밟겠습니다. 유족 측이 가진 증거가 정말 진실이라면, 수사 기관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고, 법적인 절차를 통해 검증 받을 것을 요청합니다.
저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저만 바라보고 있는 제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매일 고통받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또 무엇을 폭로하고 ,왜곡해서 저를 살인자로 몰아갈지, 두렵습니다. 이 기자회견이 끝나고 그들은 또 어떤 가짜 증거와 가짜 증언으로 제 명예를 훼손하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강요에 못 이겨 거짓을 진실이라고 한들, 저는 인간 김수현으로서뿐만 아니라 스타 김수현에게 믿음과 사랑을 준 모든 분들을 배신하게 됩니다. 그분들에게 '이런 인간 쓰레기를 좋아했다'고 '김수현에게 속은 거'라고 평생 남을 고통을 주게 됩니다. 제가 아무리 연예인으로서 가면을 쓰고 사는 김수현일지라도, 그것만은 할 수 없습니다. 제가 한 일은 한 것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어떤 비난도 다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금도 저를 믿어주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서 그것만큼은 밝히고 싶습니다. 저를 믿어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꼭 증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