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추진해온 관세 정책, 연방 정부 인력 감축, 러시아에 대한 유화 기조 등 이른바 '트럼프표 정책'이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수도인 워싱턴DC 및 미국 50개 주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핸즈오프(Hands Off, 손을 떼라)'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시위는 민권단체, 노동조합, 성소수자 단체, 참전용사 단체 등 150여 개 민간단체가 주도했으며, 미국 내 1200여 지역에서 50만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자들은 "트럼프와 머스크는 물러나라", "왕은 없다", "민주주의에 손대지 마라" 등 구호를 외치며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최 측은 "1%를 위한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부를 원한다"며 지속적인 저항을 예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드라이브'로 인해 미국 증시가 폭락하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세 정책 등에 대한 여론도 반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엿새간 미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4%가 관세 정책에 반대했으며, 찬성 응답은 42%에 그쳤다.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에는 관세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48%)이 반대(46%)보다 많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반대 응답이 역전한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52%)이 긍정적 시각(44%)을 앞질렀다. 지난해 대선 직전인 10월에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0%로 찬성한다는 응답(50%)보다 적었지만, 이 역시 반전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해 의문을 지닌 유권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2%는 비대해진 연방정부의 축소를 지지했지만, 37%는 정부 예산 삭감을 지지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추진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특히 54%는 정부 예산 삭감으로 각종 혜택과 정부 서비스도 사라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불법 체류 외국인 구금 및 추방에는 53%가 찬성했지만, 이들이 반드시 추방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등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해밀턴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관세 정책에 대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국경과 언론 정책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라"라며 "지금 침묵하는 정당들이 지금처럼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해리스 전 부통령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한 여성 행사에 보낸 영상 연설을 통해 "명백하게 위헌적인 위협 앞에 굴복하는 이들을 목도하고 있다"며 "지난 몇 달간 미국에서 매일 발생하는 이 같은 사건들은 커다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공화당 내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으로 알려진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미국이 심각한 불황에 빠지면 2026년 중간선거는 대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민주당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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