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 대선 막이 오르면서 식음료업계 인상 릴레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통상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또 이 기간 업체들이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는 표적이 될 수 있어 당분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식품업체 중에는 새 정권이 들어선 뒤 가격 인상을 번복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3년 3월 SPC그룹 계열사인 삼립식품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범 전 빵값을 7.7~12.5% 올렸다가 보름도 안 돼 빵 가격 인상을 전격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삼립식품은 "경기침체로 인한 국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정부 물가 안정책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제품 가격 인상 발표 이 후 SPC에는 가격을 내리라는 정부의 직접적인 권고는 없었으나 관계 부처에서 확인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치적인 상황과 별개로 먹거리 물가가 단기간에 안정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서는 고환율, 원재료값 상승에 따른 누적된 경영 압박으로 식음료 업체들이 그야말로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커피와 코코아 등 원재료값 상승세를 고려하면 제품 가격을 지난해 일찌감치 올렸어야 했는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미리 가격을 올린 곳들은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나 아직 가격을 올리지 못한 곳들은 인상 시기를 두고 고심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식품업계 가격 인상 사례가 앞으로도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지난달 20일 기준 t(톤)당 8071달러로, 작년 대비 35.4%, 평년과 비교하면 205.6% 올랐다. 또 2월 세계 유제품 가격 지수는 148.7로, 지난 2022년 10월(149.2)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커피 전문점 등에서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지난달 평균 t당 8649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 뛰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설사 원재료값이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400원대 중반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원가 부담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식품업체는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다 보니 고환율이 계속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면서 "조기대선(6월 3일)까지 약 두달 남은 만큼 가격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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