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에 환율 천장 뚫렸다…'1500원' 초읽기

  • 주간 종가, 10.9원 오른 1484.1원…장중 1487.6원까지

  • 오늘부터 美상호관세 발효…위험자산 회피 심리 강화

  • 환율 전쟁 번질 우려…위안화 급락에 원화도 동반 약세

  • "미·중 강대강 구도 격화…1500원 가능성 열어둬야"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전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급격히 확산된 데 더해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원화도 함께 요동쳤다. 미·중 관세전쟁이 환율 전쟁으로까지 번질 공산이 높아지면서 달러당 1500원 진입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을 기록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10.8원 오른 1484.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에는 1487.6원까지 치솟았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 1분을 기점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정식 발효되면서 금융시장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부터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에는 25% 관세가 적용되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졌다.

중국에는 당초 34% 상호관세가 책정됐지만, 중국이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 34%를 부과하겠다며 보복 조치에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중국 관세율을 104%로 대폭 인상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6가지 보복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전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격화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졌고 이에 따라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특히 위안화 급락 영향으로 연동성이 높은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환율 상승 압력을 더욱 자극했다.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하면서 관세 문제를 논의했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중 양국이 협상보다는 강대강 대립 구도가 격화되고 있다"며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에 맞서 환율 전쟁에 나설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호관세 충격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 급락이 원화 가치에 부담을 줄 공산이 높다"며 "위안·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수준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도 문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하루 새 32.9원 급락한 1434.1원(주간 종가 기준)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 강행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7일 33.7원 급등하며 하락분을 전부 되돌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며 무역과 자본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며 "국내 정치적 상황도 불확실한 측면이 있고, 트럼프 관세 정책이 결과적으로 중국과의 환율 전쟁으로 치닫게 돼 있어 1500원까지 충분히 고점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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