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10일 공개한 '2024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2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60조5000억원)의 1.3 배 수준으로 2009년 해당 통계 편제 이후 최대 기록이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이다. 보통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순운용)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을 통해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순조달)의 상태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의 여윳돈(순자금 운용액) 증가 배경과 관련해 "지출 증가 폭을 웃도는 소득 증가와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등의 영향"이라며 "일반 주택 거래는 자금이 가계에서 가계로 이동하지만 신규 입주의 경우 가계 자금이 기업으로 옮겨지는데 이런 거래가 지난해 줄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지난해 자금 운용 규모(266조1000억원)도 2023년(194조8000억원)보다 71조원 이상 불었다. 특히 국내외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액이 42조4000억원 증가했고 채권과 보험·연금 준비금도 각 37조9000억원, 62조5000억원 늘었다.
가계가 지난해 조달한 자금은 모두 50조6000억원으로, 전년(34조3000억원)보다 16조원 넘게 증가했다. 예금취급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이 51조6000억원 급증한 데 가장 큰 영향으로 받았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4년 말 90.1%로 직전 3분기 말(90.8%)보다 낮아졌다. 5분기 연속 하락이다. 비금융 법인기업은 지난해 순자금 조달 규모가 65조5000억원으로 2023년(109조4000억원)과 비교해 약 44조원 줄었다.
김 팀장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건설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투자 자금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조달 규모도 축소됐다"며 "자금 운용 측면에서도 금융기관 예치금을 주로 기업들이 보유하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일반정부의 순자금 조달액은 1년 사이 17조원에서 두 배가 넘는 38조9000억원으로 뛰었다. 김 팀장은 "법인세 감소 등의 환경에서 지난해 정부 지출이 수입보다 크게 늘며 자금 조달 규모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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