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틀을 형성했다고 평가받는 리처츠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1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병원에서 향년 7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가 설립한 컨설팅 기업 ‘아미티지 인터내셔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무거운 마음으로 아미티지 전 부장관의 별세 소식을 전한다”며 “사인은 폐색전증”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부장관으로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아미티지는 1945년 4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즐리에서 태어나고 애틀랜타에서 자랐으며, 1967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그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국무부 부장관으로 재직하며 한국 김대중 정부와 공조해 대북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사안에 깊이 관여했다. 그는 햇볕정책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북한에 대해 단호하되 유연한 접근법을 추구하는 실용주의적 입장으로 평가받는다.
또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중학생 2명이 사망한 ‘미선이·효순이 사건’으로 한국 내 반미 정서가 확산했을 때 부시 대통령의 사과와 유감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은퇴 이후에도 컨설팅 회사 등에서 일하면서 공화당 내 안보 정책 중진으로 미국의 전략에 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특히 그의 주도로 공화당 대북정책 연구그룹이 1999년 발간한 일명 ‘아미티지 보고서’는 그간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의 틀을 형성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보고서는 북한과 협상을 추진하되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봉쇄와 억제 강화, 선제공격 등 대안을 택할 수 있다고 제언하면서도 “이 중 어느 것도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아미티지 보고서를 후원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그는 아시아 안보 정책 분야에서 존경받는 거장이었고, 용기 있는 정책 리더이자 진정한 애국자, 의리 있는 친구였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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