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퓨리오사AI가 엔비디아 견제용 글로벌 빅테크 연합에 가입하면서 인공지능(AI) 칩 기술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재력을 확인한 만큼 'K-엔비디아' 등장을 위한 범정부적 지원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조언이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반(反)엔비디아 동맹 'UA(울트라 가속기) 링크 컨소시엄'에 기여자 회원 자격으로 합류한 퓨리오사AI는 향후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함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맞설 AI칩 대안 마련에 나선다.
또 다른 국내 AI칩 팹리스인 리벨리온도 UA 링크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내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에 기여자 회원으로 가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차세대 AI칩 '리벨'을 설계·양산할 계획이다. UA 링크 가입을 확정하면 리벨만으로 초거대 AI 추론을 위한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은 올해 국가AI컴퓨팅센터 등으로 국산 AI칩 활용 사례를 확보한 후 이를 토대로 고가의 엔비디아 GPU에 부담을 느끼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소버린AI 구축에 관심을 보이는 일본·유럽·중동 지역 기업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판로 개척에 성공하면 관련 매출·영업이익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돼 차기 AI칩 설계·양산 자금 확보를 위한 기업공개(IPO)도 가능해진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회사를 메타에 매각하는 대신 IPO로 방향을 튼 배경도 레니게이드 칩 성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GPU 구매에 막대한 국부 유출···AI 추론영역 국산칩 도입해야
국내 AI칩 팹리스가 엔비디아 등과 동등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차기 정부가 AI 산업 성장을 위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퓨리오사AI의 레니게이드는 엔비디아 최상위 추론용 GPU(L40s)와 대등한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전력 효율성은 약 60% 우수하다. 빅테크와 대등한 자격으로 UA 링크 컨소시엄에 가입한 것 등이 가능성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다.
중국 정부는 미국 바이든·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견제를 위해 엔비디아 GPU 수출을 막자 화웨이·SMIC 등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며 AI 산업 자립을 추진 중이다. 실제 중국 딥시크는 엔비디아 GPU로 학습했지만 일부 추론은 화웨이 AI칩 어센드910B를 활용하는 등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어센드910B는 엔비디아 A100 GPU의 80% 성능을 갖췄는데 가격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정보 당국은 화웨이가 지난 3월부터 차세대 AI칩 어센드910C 양산에도 착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지난 14일 1호 공약으로 AI 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 100조원 투자를 내세웠다. AI 업계에서는 100조원 중 절반 이상이 AI 학습·추론을 위한 GPU 구매 비용으로 지출될 것으로 본다. 실제 이 후보는 우선 GPU 5만장을 확보해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를 모두 엔비디아 제품으로 충당하면 막대한 국부가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계에선 국가AI컴퓨팅센터를 학습용과 추론용으로 나눠 구축·운영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AI칩 업계 고위 관계자는 "AI 학습은 아직 엔비디아 GPU 의존도가 큰 만큼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사들여야 하지만 AI 추론은 성능이 충분히 검증된 국산 AI칩을 우선 도입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해 UA링크 가입에 관심을 보였던 삼성전자는 관련 계획을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파운드리 업계 큰손인 엔비디아와 협업을 강화해야 하는 처지에서 반(反)엔비디아를 표방하는 UA 링크에 합류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매출·영업이익에서 엔비디아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TSMC 등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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