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세 번째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2.75%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 11월, 올해 2월 등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금통위는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예측불허 수준인 만큼 이번엔 한 차례 숨을 고르며 상황을 살펴본 뒤 5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신성환 금통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으며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놓았다.
동결 속에서도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적인 신호를 보낸 가장 큰 요인은 비대해진 성장 하방 압력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에서 오는 24일 발표되는 1분기 GDP는 2월 전망치(0.2%)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2분기(-0.2%)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후 3분기(0.1%), 4분기(0.1%) 연속 0%대 성장에 이은 역성장으로 경기 침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한은 경제전망은 이미 지난해 말 비상계엄 여파로 경제심리가 얼어붙고 관세전쟁이 격화할 것을 감안한 수치였다. 그러나 2월 전제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고 통상 압력도 예상 범위를 벗어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하방 압력이 더 커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상품 수지를 중심으로 전망치(750억 달러)를 하회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영남 지역 대형 산불, 건설 경기 부진,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 일시적 악재까지 겹치며 내수도 부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관련해 "2월 경제전망인 1.5%를 하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 대폭 하향 조정을 예고했다. 이 총재는 "1분기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불확실성 해소가 지체되면서 내수 경기가 매우 부진했으며 당분간 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미국 관세 부과 충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전망치가 애초 예상보다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발 관세 충격이 통화정책에 미친 영향에 대해선 "성장 경로에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다"며 "미국 관세 정책 강도와 주요국 대응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전망에 대한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12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은 0.1%포인트 정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40여 개 투자은행(IB) 전망치 중윗값은 1.4%, 하위 25% 값은 1.1%며 한은은 다음 달 29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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