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고차 경매업체인 '만하임'이 최근 발표한 만하임지수가 이달 15일 기준 207.1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3%, 전월 대비 2.7% 상승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대 수치다. 만하임지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중고차의 도매가격 시세를 나타내는 지수로, 높을수록 중고차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자동차 관세 부과로 인해 곧 현실화될 미국 내 신차 가격 인상을 대비하며 신차는 물론 중고차 쪽으로도 가수요가 몰리면서 지수 인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4월 중순 기준 미국 신차 재고 일수는 70일로 3월 초 91일보다 줄었고, 중고차 재고 역시 같은 기간 43일에서 39일로 감소했다.
앞서 현대자동차가 6월, BMW는 5월까지는 미국 내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고 토요타·혼다 등도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를 차량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는 예측 속 미리 자동차를 장만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시장에서는 오는 6월부터는 순차적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역대 1분기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부과분이 자동차 가격에 반영되기 전 미리 구매를 서두른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가격 인상 현실화까지 겹친다면 판매량 측면에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는 이번 중고차 가격 인상 흐름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4월 차종별 만하임지수를 보면 비전기차의 증가율이 4.3%에 이르는 반면 전기차는 0.6%에 불과했다. 전월 대비 증가율도 비전기차보다는 다소 낮았다.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전기차보다는 내연차 등 비전기차에 쏠렸다는 의미다.
만일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이 전기차보다 내연차 쪽에 쏠린다면, 비교적 빠르게 미국에서의 전기차 생산 체제를 갖춘 현대차그룹이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본격 가동을 시작한 신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예년 대비 '아이오닉' 등 전기차 현지 생산 물량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내년에나 전기차 생산을 개시할 예정인 도요타에 비해 앞선 조건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곳은 일본 업체들인데, 이들과의 점유율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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