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최상목 사퇴 곤혹…한미 관세협상에 당연히 부정적"

  • 상호관세 유예기한 두 달 앞두고 경제사령탑 공백에

  • "불확실성 좋을 리 없어…다음 정부 누가오든 협의해야"

  • "성장률 하향 조정 불가피…추경으로 메꾸자는 건 위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현지시간 오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현지시간) 오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내 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로 인한 경제사령탑 공백에 대해 "이런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좋을 리가 없다"며 "곤혹스럽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7월 9일)을 앞두고 협의 연속성이 무너질 경우 한국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누가 다음 정부를 맡더라도 그간의 협의 맥락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신중론도 함께 밝혔다.
"한미 협상 체제 흔들···곤혹스럽다" 몇 차례 반복
이 총재는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58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출장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 사퇴와 관련해 "바깥에서 볼 때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니까 해명해야 해서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에는 당연히 부정적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기한 종료를 두 달 앞두고 협의 주체였던 최 전 부총리가 돌연 사퇴하면서 한국의 경제 외교는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미국과의 상호관세 폐지를 목표로 하는 '7월 패키지' 협의가 비상이다. 이 총재는 "미국 정부는 오는 7월 9일 관세 유예가 끝날 때 그동안 진행해 온 협의를 국가별로 발표할 것"이라며 "한국은 상호관세뿐 아니라 알루미늄·자동차 등 핵심 품목과 관련해서도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가 다음 정부를 맡든 7월 9일에 큰 손해를 보지 않도록 협의를 진행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상황에서 협상 체제가 흔들리는 건 부정적"이라며 "그로 인해 우리나라 투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러라고 합의? 美 원하는 바 아직 파악 못해"
'관세 정책'의 종착지가 인위적인 '환율 조정', 일명 ‘마러라고 합의’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미국이 지금 원하는 것이 강달러인지 약달러인지도 불분명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미국이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 해소 카드로 '환율'을 들이밀 수 있는데 이때 달러화 가치를 낮추기 위한 마러라고 합의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지는 각국의 관심사다. 우리나라도 '7월 패키지' 협상에 관세, 경제 안보, 투자에 이어 미국 측 요구에 따라 통화(환율) 정책을 추가해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를 해나가고 있다.

이 총재는 "플라자 합의 같은 공식적 모임이 없더라도 이런 논의 있을 거란 자체가 시장 기대감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당장 간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에서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까지 급락한 것을 언급하며 "미·중 관세 합의 진전과 미국과 아시아 각국이 환율 협의 소문이 번지자 시장의 기대가 팽배해지면서 아시아 통화들이 모두 강세"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환율은 예측하기 어렵고 굉장히 변동성이 크다"며 "미국이 환율과 관련해 아시아 국가에 공통적으로 무엇을 요구할지, 아니면 개별 국가에 따로 요구할지 아직 정확히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시점이 당초 11월에서 내년 4월로 늦춰진 데 대해서는 "6월 대선 이후 투자자 심리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에 변화가 없더라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서두르기보다 관망하려는 건 당연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성장률 하향 조정 불가피···소비 데이터 주목"
이 총재는 올해 연간 성장률 1% 달성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정치적 상황이 소비와 투자에 모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여러 지표를 보면 기존 성장 전망(1.5%)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오는 29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1분기 역성장과 내수 침체,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수출 타격 등을 반영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 초반대로 낮추고 있다.

이 총재는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데이터는 소비"라며 "5월 초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 경기는 원래 좋지 않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투자 위축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경제 상황을 '어두운 터널'에 비유한 데 대해선 "지금도 거의 같은 상황"이라며 "외부 변수가 어지럽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하면서 금리를 내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가 나쁘다고 해서 한꺼번에 내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추경과 관련해선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것을 전부 다 추경으로 메꾸자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추경을 많이 하면 올해는 부양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내년에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정책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 총재는 "계엄 시작해서 6월까지 이렇게 일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금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대외 불확실성만큼이나 대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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