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베트남, 첨단 기술 국가로 전환 착수…한-베 경제 협력도 업그레이드 전망

  • 베트남 총리, 삼성·SK·LG 등 35개 韓 대기업과 회동

  • 인재 양성·제도 개선 등 협력 논의 활발

지난 3월 4일 한국 기업 대표들을 만난 팜민찐 총리가운데와 호득퍽 부총리왼쪽 응우옌찌중 부총리오른쪽 사진베트남통신사
지난 3월 4일 한국 기업 대표들을 만난 팜민찐 총리(가운데)와 호득퍽 부총리(왼쪽), 응우옌찌중 부총리(오른쪽) [사진=베트남통신사]


지난 3월 4일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하노이에서 삼성, LG, SK, 현대차, CJ, 롯데 등 35개 주요 한국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는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 이후 첫 대규모 경제 협력 행사로, 단순한 간담회를 넘어 양국 간 실질적 기술 및 산업 협력을 심화하는 전환점으로 눈길을 끌었다. 섬유, 의류,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첨단 기술 국가로의 전환을 꾀하는 베트남이 정부 차원에서 한국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베트남 총리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 기업 대표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총리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 기업 대표들 [사진=베트남통신사]


 

첨단 기술 국가를 향한 발걸음


베트남 정부는 2024년 12월 31일 고급기술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지원기금'을 설립했다. 이는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 국가로의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국가적 의지를 반영한 조치이다.

또한 베트남 첨단 산업 육성의 의지를 상징하는 하노이 호아락 하이테크파크 내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는 이미 삼성, 지멘스, 케이던스, 키사이트 등 글로벌 기술 선도 기업들과 협업해 인재 양성과 기술 이전 프로젝트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부꾸옥후이 NIC 센터장은 “NIC는 베트남의 미래 기술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중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인재 양성 과정에서 NIC는 단순 교육기관을 넘어 기술 창업과 글로벌 협력의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하노이에서 열린 AI 및 반도체 국제회의(AISC 2025)에서도 베트남 정부의 의지는 집중 조명됐다. 베트남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FPT의 쯔엉자빈 회장은 “반도체ㆍAI 산업 발전은 개별 기업의 과제를 넘어 국가적 사명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기술주권 확보와 디지털 독립은 향후 10년간 베트남 산업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응우옌꿘 전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은 “2030년까지 디지털 경제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반도체와 AI 산업은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설정됐다”며 “이 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 기반과 세제 혜택, 인프라 정비가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협력


이처럼 첨단 산업 국가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베트남에 있어 한국과의 협력은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양국은 지난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외교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가운데 경제적 분야에서는 이미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고, 첨단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을 여럿 보유한 한국은 베트남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다.

이에 찐 총리가 주재한 간담회에서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정부에 제기한 제도적 개선 요청도 논의됐다. 구체적으로는 법률 및 세제의 예측 가능성 확보, 수출입 절차 간소화, 물류 인프라 현대화, 부가가치세(VAT) 환급 지연 문제 해결 등이 주요 현안으로 지적됐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속적 유입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간주된다. 베트남 측은 이러한 요청에 대해 “단기적 조치뿐 아니라 중장기적 개선 로드맵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기홍 베트남삼성전략협력실장은 “AI와 반도체 산업은 이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산업”이라며,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산업법 등은 장기적 투자 안정성과 유인을 확보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제도적 메커니즘의 조속한 시행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베트남 정부는 고급 기술 산업에 필요한 인재 확보와 관련해 한국 대기업들과의 공동 연구소 설립, 한국 전문가 초청, 숙련된 베트남 인력의 한국 파견 확대 등을 제안했다. 이는 기술력과 노동력 양 측면에서 한-베트남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또한 양국 대학 간 학위 공동 인증 및 산업-학계 연계 프로그램 구축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이에 지금까지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 협력이 앞으로는 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중심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태연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하노이 코참)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단순 제조를 넘어 설계와 연구개발, 인재 양성까지 포함한 전방위적 협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향후 반도체, AI,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진출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향후 북남 고속철도, 원자력 발전소 등 국가 중점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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