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에 따라 해외 주식 판도가 바뀌고 있다. 미국이 관세 협상 카드로 방위산업을 꺼내들면서 팔란티어 주식 보관액이 연초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
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관금액은 1084억 달러(약 151조원)로 집계됐다. 테슬라가 193억 달러(약 27조원)로 가장 많았고 엔비디아가 102억 달러(약 14조원)로 뒤를 이었다.
압도적인 규모의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제외한 3위권부터는 변화가 생겼다. 지난 3월까지 3위를 차지했던 애플(41억 달러, 약 6조원)을 밀어내고 팔란티어(43억 달러, 약 6조원)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팔란티어는 해외 주식 보관금액 상위 10개 종목 중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기업에서 보관금액이 유일하게 증가했다. 1월 말 기준 26억 달러(약 4조원)에서 3개월 만에 17억 달러(약 2조원)가량 늘었다. 반면 테슬라(-20.7%, 51억 달러, 약 7조원), 엔비디아(-7.1%, 8억 달러, 약 1조원), 애플(-10.5%, 5억 달러, 약 70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6.9%, 2억 달러, 약 3000억원), 알파벳(-17.1%, 5억 달러(약 6000억원) 등은 -21~-7%대 감소했다.
팔란티어는 기업 전용 인공지능(AIP) 기반 솔루션, 방위산업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주요 정부기관은 물론 영국 공공보건당국(NHS) 등 다수 정부기관과 계약을 맺고 있는 기업으로 AI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제공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변수가 부각된 가운데 종합적인 밸류체인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기대를 모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상호 관세 유예를 발표하자 지난달 8일 77.32달러(11만원)에서 123.77달러(17만원)까지 60%대 급등했다.
국내 ETF에서도 팔란티어를 편입한 상품을 중심으로 수익률이 개선됐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국내 ETF에서 팔란티어를 편입한 상품은 73개 종목이며 ETF를 통한 재투자금액은 5300억원에 달한다. 팔란티어 편입 비중이 높은 상품은 ‘SOL팔란티어미국채커버드콜혼합’ ‘SOL 팔란티어커버드콜OTM채권혼합’ '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 등이다.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불안정한 매크로(거시경제)와 미국 상황 때문에 견조한 실적을 확신하기 어렵지만 현시점 AI 산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우려와 달리 1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팔란티어는 올 1분기 매출 8억8385만 달러(약 1조원)를 기록해 컨센서스를 2100만 달러(약 292억원) 넘게 웃돌았다. 2분기 매출 예상치도 9억3400만~9억3800만 달러(약 1조2992억~1조3048억원)으로 제시해 시장 컨센서스(8억9900만 달러(약 1조2505억원)보다 높다.
다만 긍정적인 지표에도 팔란티어 주가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과 함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팔란티어는 11.45달러(약 1만5927원, 9.25%) 하락한 112.32달러(15만6237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재무적 지표와 전망을 감안했을 때 투자심리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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