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국의 트럼프 관세 대처법이 효과를 보는 모습이다. 중국·영국 등은 미국의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는 한편 경쟁력 있는 카드를 적극 활용해 협상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대미 무역 협상 중인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2일 외신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상호관세 유지, 품목관세 조정 가능'으로 요약된다. 미·중 협상 결과 대중 관세율이 30%로 낮아졌고, 영국도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0%로 만들었다. 영국산 자동차는 10만대 쿼터(수출 물량 할당제) 내에서 10% 관세만 부과된다.
국내 산업계는 미국이 품목관세를 조정한 것에 주목한다. '상호관세만 협상 대상이며 품목별 관세는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기존 방침에서 선회한 것이다. 자동차·부품·반도체 등에서 치열한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관세를 일정 부분 인정하되 무관세 쿼터를 늘리는 협상도 추진할 만하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미 수출량을 보전하는 수준의 쿼터를 전제로 관세율을 영국만큼 낮출 수 있다면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무역적자 축소와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은 트럼프 행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대목이라 한·미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영국의 완성차·반도체·철강 등은 대미 무역흑자가 크지 않아 우리나라와 사정이 많이 다르다"며 "상호관세는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산업별·품목별 관세 협상은 가능하다는 의지를 확인한 만큼 우리가 최대한 얻어 낼 수 있는 방향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미 관세 협상의 키를 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는 15~16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한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앞서 4월에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에 이어 양국 고위급 간 2차 관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